유엔기후변화협약 후원사인 코카콜라...플라스틱 오염 배출기업 1위
네스프레소 알루미늄 캡슐 저조한 재활용 비난에 종이 캡슐 출시
동물복지 기업 바이털팜...닭들이 서로 쪼지 못하도록 부리 깎아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운동단체들이 네덜란드 로테르담 쉘 페르니스 항구에서 '그린워싱' 광고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최근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후원사로 선정된 코카콜라가 4년 연속 플라스틱 오염 배출기업 1위에 올랐다.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환경단체 '브레이크 프리 프롬 플라스틱(Break Free From Plastic)'이 코카콜라,펩시,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기업들을 플라스틱 오염 배출기업으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BFFP는 87개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실태조사를 펼쳤다.
앞서 코카콜라는 지난 9월 COP27의 개최국인 이집트 정부와 협약을 맺고 후원사로 참여하기로 발표했다. BBC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환경운동가들은 세계 1위 플라스틱 배출 기업이 기후 변화 협약 후원사로 결정된 것에 대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탄소중립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기업 경영이 필수가 되었다. 기업들은 ESG 경영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지만 추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수출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2%가 향후 공급망 내 ESG 경영 수준 미흡으로 고객사로부터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ESG 실사 대비수준'을 묻는 질문에 '낮다'는 응답이 77.2%였다.
반면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한 MZ세대들은 기업의 ESG경영 실천여부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ESG를 실천하는 착한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ESG가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이윤을 위해 겉으로만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그린워싱'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Green(녹색)과 White washing(세탁)이 합쳐진 '그린워싱'은 친환경이 아니면서 친환경인 척 홍보해 이득을 취하는 걸 의미한다. ‘녹색 거짓말’ 또는 ‘위장 환경주의’라고도 한다.
그린워싱의 유래는 1980년대 미국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가 한 호텔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타월을 재사용 해달라’는 안내메모를 비판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호텔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생색을 내는 행위를 지적한 것이다.
그린워싱 중 가장 많은 사례는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부분은 감추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네스프레소 알루미늄 캡슐 재활용이다. 식음료 다국적기업인 네슬레는 소비자가 사용한 네스프레스 캡슐을 수거하고 재활용 비용을 대는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회사인 민텔은 네슬레가 알루미늄 용기의 재활용률을 10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29%에 그쳤다고 밝혔다.
◆…네슬레는 퇴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소재 캡슐을 최근 출시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카트린 하라트만의 저서 ‘위장 환경주의’에 따르면 네스프레소에서 배출하는 빈 알루미늄 쓰레기는 매년 최소 8000톤이라고 한다. 최근 네슬레는 그린워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퇴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소재 캡슐을 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친환경으로 알려진 아이템이나 소재를 사용한다고 홍보하지만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사례도 있다.
2007년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봉지의 대체품으로 에코백을 디자인하면서 에코백 열풍이 불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비닐봉지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에코백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친환경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유행을 타기 시작한 에코백이 쓰레기로 버려지면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포장재를 바꾼 베트남의 생수 브랜드 비워터사와 미국 에버앤에버 제조사인 볼 코퍼레이션은 “무한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은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포장재”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속임수가 드러나 대가를 치른 사례도 있다.
◆…자료사진:바이털팜 홈페이지 캡처
미국 동물복지∙친환경 계란 판매 기업으로 유명한 바이털팜은 2021년 5월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알을 낳지 않는 수탉은 도살하고 좁은 공간에서 닭들이 서로 쪼지 못하도록 부리를 깎아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공장형 양계장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후 바이털팜의 주가는 상장 시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의 폭스바겐 AG그룹이 자사 브랜드 디젤 차량에 친환경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임을 강조했으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7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처럼 다양하고 교묘한 형태로 위장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점차 늘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속속 세워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21년 4월 그린워싱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위반 시 허위 홍보 캠페인 비용의 80%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유럽연합은 2021년 친환경 산업에 대한 분류 기준인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했다. 2022년 7월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포함된 최종안이 유럽연합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2023년 시행이 확정됐다. EU 그린 택소노미가 개정되면서 퇴출됐던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됐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9월 친환경 산업 분류 기준인 한국형' K-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해 친환경 기업들이 투자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제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기업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을 판별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김학범 딜로이트 리스크자문본부 파트너는 지난해 2월 'ESG 경영 확대와 비즈니스 전략 수립방안’ 세미나에서 “ESG는 컨셉”이라며 “위원회를 만들고, 전담부서를 만드는 기업 내 특정 제도나 체계를 만드는 게 아니다. 경영에서도, 현장에서도 항상 생각하고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기업들의 ESG 선언에 대해서도 "선언을 했다고 ESG 경영을 한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며 "ESG 평가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가 돼야 하지만, 성적표만 중요시하는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