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등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명동거리 모습. 현재 대한민국 관광업계는 초저가 상품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스스로 관광의 질을 떨어 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3박4일 일정의 제주 관광 패키지 상품이 시중에서 30만원 남짓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야말로 '초저가' 상품이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광객들에게 과도한 쇼핑을 강요하는 '싸구려 패키지' 여행 상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질 떨어지는 패키지 상품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에 육박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저가 관광과 탈세의 원흉으로 의심받고 있는 '송객수수료'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송객수수료는 말 그대로 여행사가 면세점이나 쇼핑업체에 관광객을 몰아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세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 측은 매출액의 20∼30%를 관광객을 몰아다 준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있는 면세점의 경우 매출액의 20% 가량을 송객수수료로 주지만 신생 면세점은 30% 이상을 떼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세점이 아닌 일반 쇼핑매장은 송객수수료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중국인 주요방문국인 일본과 대만, 태국의 송객수수료율이 2%~10% 내외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면세점들이 여행사에 주는 송객수수료율은 가히 '살인적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관세청이 조사한 면세점 매출 및 리베이트(송객수수료 등)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 면세점은 2011년=2.78%, 2012년=3.65%, 2013년=4.64%, 2014년=7.05%, 중소·중견 면세점의 경우에는 2011년=7.87%, 2012년=8.25%, 2013년=7.69%, 2014년=8.53%의 매출액 대비 리베이트 비중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오고가는 이런 저런 명목의 송객수수료율은 매출액의 20~30%에 육박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결국 대부분의 국내 중소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싸구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저가 상품 판매로 발생하는 손해를 면세점 등 쇼핑매장으로부터 채울 수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중국인 관광객 유치부터 하자는 심산인 셈.
국내 여행사들의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 심해질 수록 중국 현지 여행사들은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국내 여행사에 자국 관광객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인당 5만원이 넘는 '인두세'까지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송객수수료에 대한 상한을 두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송객수수료의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실 송객수수료와 관련한 개정안은 지난해에도 윤호중 의원과 홍종학 전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홍 전 의원은 송객수수료를 '리베이트'라 칭하며 "대기업의 면세점 경쟁력은 엄청난 리베이트에 기인하는 것이고, 이런 리베이트는 정부의 묵인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며 리베이트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안심사 과정에서 기획재정위원회가 정부로 하여금 면세점 시장구조를 개선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채택하면서 송객수수료 제한 관련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고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그대로 사장됐다.
당시 법안이 좌초하게 된 배경에는 여행업계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행사 수익의 많은 부분이 송객수수료를 바탕으로 조성되는데 이를 제한하면 업체들의 존폐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행사들은 송객수수료 제한이 저가 관광의 근절 방안이라는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관광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뜬구름 잡기식 논리'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