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을 위해 비상장주식 증여시 물납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납세자연합회(회장 전규안)는 지난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비상장주식 물납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주제로 2016년 제2회 납세자포럼을 개최했다.
주제 발표는 김갑순 동국대 교수, 이상신 서울시립대 교수,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이하 연구진)가 맡았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양규혁 전북대 교수의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고경희 우덕세무법인 대표,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이상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법연구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비상장주식 물납, 증여세에도 허용 필요"
연구진은 비상장주식 물납을 증여세 납부시에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및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12월 비상장주식을 물납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지속적으로 대상을 축소해 현재는 예외적으로 상속세와 재산세에만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폐지 근거는 바로 '다른 나라에서는 물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은 중소기업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지원이 충분하므로 굳이 물납을 허용할 필요성이 작다"며 "그러나 우리의 경우 사업승계 세제가 실효적이지 못해 오히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비상장주식의 물납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물납제도에 따른 세수손실을 생각해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가업을 승계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및 세수 확보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비상장주식은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상속세가 과대 계상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과대평가로 상속세를 부과하고 저가로 처분하면 당연히 국고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세수손실만을 인식해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보다는 기업이 승계됐을 때 거둘 수 있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세수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세수손실의 의미를 파악해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세수손실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수손실 의미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증여세에 대한 비상장주식 물납허용도 바람직한 개선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납세연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 왼쪽부터 고경희 우덕세무법인 대표,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귀원, 이상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법연구센터장, 양규혁 전북대 교수, 이상신 서울시립대 교수,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물납 허용 필요하다vs근본적 해결책 아니다"
증여세에 대해서도 비상장주식 물납제도를 허용해야한다는 발표에 대한 토론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비상장주식 증여세 물납제도가 필요하지만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의 개선, 더 나아가 가업승계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세제혜택 정비가 더 우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경희 우덕세무법인 대표는 "비상장주식 보충적인 평가방법은 해당 주식의 실질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납을 규제하기에 앞서 해당 주식의 실질 재산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에 대한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업승계와 관련한 각종 혜택(증여세 및 상속세 과세특례)을 받지 못하는 케이스들이 많다. 비상장주식 물납을 증여시에도 허용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은 "가업승계에 세금을 많이 깎아주거나 물납을 허용한다거나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최고세율 50%에 달하는 상증세율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상증세율 인하 및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면 세금 때문에 가업승계를 못하겠다고 울상 짓는 중소기업이나 편법을 동원하는 대기업들이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상장주식 물납을 증여세에도 적용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던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중소기업들이 '젊은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승계작업에 대한 걸림돌들을 없애줄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물납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은 조세징수를 물납으로 할 경우 현금징수보다 세수 손실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일반적으로 과대평가되고, 과대평가된 상태에서 물납 징수를 하면 공매를 통해 처분했을 경우 물납기준가액보다 공매가액이 적어 국고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증여는 의도된 것이고, 상속은 갑자기 발생한다는 점에서 둘은 성격이 다르다"며 "증여세의 물납을 상속세처럼 허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상장주식 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국고손실을 우려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한 평가방법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