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불똥이 세무대리업계에 제대로 옮겨 붙었다.
그동안 국세청 홈택스에 수임납세자의 정보를 등록만하면 간편히 납세자정보조회가 가능했던 세무대리인. 하지만 앞으로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기장위임납세자의 동의를 사전에 받아둬야 한다.
12일 세무사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신규(3월3일 오전 9시 이후) 기장위임 납세자는 위임 즉시, 기존(3월3일 오전9시 이전) 위임납세자는 오는 4월 중, 신고대리의 경우는 3월 중부터 이 같은 홈택스 등록변경조치가 적용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세무대리정보 통합시스템' 개선 공문을 세무사회에 발송했다.
세무대리인이 위임납세자의 정보를 조회하려면 당초 방법대로 홈택스에 위임납세자를 등록하되, 위임납세자는 홈택스에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로그인해야 한다. 이후 세무대리인이 등록한 사항에 납세자가 세무정보이용을 사전 동의해야만 정보조회가 가능해 진다.
세무대리업계로서는 번거로운 '혹' 하나가 더 붙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세청이 이번 정부의 주요관심 대상인 '손톱 밑 가시'를 제거시켜주지는 못할망정, 규제를 강화해 세무대리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세무대리인은 "정부의 화두가 '규제타파'로 기업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인데, 세정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파편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고 동의를 이루는 과정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면서 "정보조회를 못하게 되면 신고는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오는 4월 부가세 예정 신고,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홈택스발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동의는커녕, 연로한 납세자들은 공인인증서 자체를 발급 받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세무대리인이 일일이 공인인증서 발급을 지시하고 하다보면 신고업무가 늦어져 결국 납세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확률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세무대리인 역시 "국세청이 진정 개인정보유출을 걱정한다면 세무사에게 정보 제공하는 것에 장벽을 두기보다는 서버해킹 방지에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세무사가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적도 없는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인 이 같은 정책은 국세청 본연의 징세 업무를 망각한 처사"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보호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탁상행정이 낳은 이번 정책으로 인해 스스로 '세정동반자'라 자부하는 세무대리인들의 자존심은 또 한번 무너졌다. 국세청은 효율성과 실효성을 따져 다시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세무사회는 국세청과의 협의를 통해 혹시나 모를 '홈택스발 대란'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세무대리인들의 바람대로 이번 홈택스 정보조회 보안강화 조치가 취소되거나 유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