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터넷쇼핑몰 내에서 판매되는 해외직구 상품 안내문. 물품구매시 수입신고에 필요하다며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 같은 물건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종종 해외직구를 즐겨하는 A씨는 최근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면서 불안해졌다. 통관에 필요하다며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에서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어 매번 주민번호를 제공했지만 과연 업체들이 배송이 끝나면 이를 폐기할까 의문이 들었다.
#. TV를 구매하기 위해 해외직구를 했던 B씨는 구매대행업체가 주민번호를 요구해 거부하자 물건을 배송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B씨는 업체에 개인정보를 주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업체는 직접 통관신고를 하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주문하거나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 탓에 해외직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바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는 반드시 수입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수출자와 품명, 수량, 출항날짜, 수취인의 주민번호 등의 정보다.
대부분의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들은 통관대행을 전제로 물건을 배송해주고 있어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려면 어쩔 수 없이 통관에 필요한 정보를 업체에 넘겨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국내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인 S업체와 G업체의 경우 구매대행업체들이 통관대행을 전제로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었으며 이는 타 쇼핑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특송(배송) 전문업체는 H사는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국제특송 운송약관'에 이를 명시하고 있었다.
H사의 운송약관을 보면 '송하인이 H사에 위탁한 화물에 대해 화물의 착, 발, 경유지의 세관법, 수출입법 또는 관련법규가 적용됨을 인정하며 H사는 송하인을 대리하여 관련법규가 요구하는 제반서류의 준비 및 송하인의 수출대리인으로서 통관절차를 이행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간주합니다'라는 규정이 있다.
결국 통관에 필요한 주민번호 등을 업체에 무조건 제공해야만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유명 특송(배송)업체의 운송약관. 이 약관에는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 배송 끝! 개인정보는 쭉~ = 구매대행업체나 특송(배송)업체들은 배송이 끝나면 개인정보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국제특송으로 유명한 F사에 문의한 결과, 종이서류로 제출한 개인정보는 배송이 끝난 후 폐기하고 있지만 전산상으로 제공한 정보는 폐기하지 않고 3~5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하자 통관정보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삭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는 F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타 특송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업체가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관리·감독할 주무부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관세사의 경우에는 통관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수입신고와 관련된 정보는 5년, 수출신고 정보는 3년 동안 보관한 뒤 폐기해야 하는데 이 때 세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반면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는 관세사처럼 비밀보호의 의무 등을 지지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법적으로 관세사가 수입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송업체는 주민번호가 필요없는 목록통관(엄연히 말하면 수입신고는 아니다)만 할 수 있으며 간이통관, 일반통관은 할 수 없다.
고객의 입장에선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가 통관대행을 해 물건을 들여오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특송업체가 관세사와 계약을 해 관세사가 수입신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외직구를 비롯한 모든 수입신고는 고객과 구매대행업체 혹은 특송업체, 관세사라는 3단계를 거치는 셈이다.
만약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꺼려진다면 업체가 계약한 관세사에게 직접 주민번호 등의 정보를 제공하면 되지만 대부분 업체는 편의상 자신들이 직접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H사에 국제특송을 의뢰하며 관세사에게 직접 주민번호를 주겠다고 하자 업체 직원은 자가통관을 하라고 답했다.
자가통관은 관세사를 거치지 않고 화주가 직접 수입신고를 하는 것으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만이 할 수 있으며 시일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워 대부분 기피하는 방법이다. 특히 사업자가 아닌 일반인은 자가통관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직구를 하는 쇼핑족들은 자가통관이 불가능하다.
결국 통관대행이라는 명목으로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 개인정보 유출 난리인데…관세청은 '나몰라라' = 전문가들은 관세청이 특송업체 등에 개인정보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국민들에게 업체에 개인정보를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하지만 관세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송업체 등이 고객들의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일이 많은 것은 알고 있고 실제로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법적으로 권한이 없어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에게 개인정보를 폐기하라는 등의 권고 등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을 단속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고객이 관세사에게만 주민번호를 주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