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이슈와 최근 국제적 논의동향

다국적기업의 낮은 유효세율

Bloomberg는 2010.10.21자 보도에서, Google이 소위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라는 조세 루프홀 (tax loopholes) 활용기법을 이용해 2007-2009년의 기간중 31억불의 절세를 하였고 해외에서의 유효세율은 2.4%로 낮추었다고 보도하였다.

Google 뿐 아니라 Apple, Microsoft, IBM, Oracle등 미국의 대표적인 IT 업체들이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또는 이와 유사한 기법을 활용하여 과거 3년동안 유효세율을 4.5%~25.8% 정도로 낮추어고 그 만큼 세금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보도는 영국, 미국등의 최근 3년간의 언론보도에서 수차례  반복되었는 데, 이들에 따르면 IBM은 2011년 영국에서만 7조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납부한 세금은 고작 710억원(이익 대비 세금 비율 1%) 에 불과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조원의 수익에 세금은 330억원(2.8%)이었고 페이스북은 370억원의 수익에 세금이 3억원(0.9%)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시행된 국회 국정감사 관련 자료를 보면, 다국적 기업들의 이 같은 낮은 유효세율 유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아이폰 매출액만 1조8802억원(2011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애플의 법인세액은 11억으로 그 유효세율이 0.06%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했던 1409개의 외국계 기업 중 51%에 해당하는 722개 기업들은 법인세 납부실적이 0원이었고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계 기업도 7개나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외국회사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라는 기법은 어떤 것인가? 우선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세우되(S1) 이 회사의 관리는 버뮤다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S1은 미국세법상은 아일랜드 소재회사로 취급되나 “실질적 관리장소”를 기준으로 본사 소재지를 판정하도록 되어있는 아일랜드 세법상 S1은 버뮤다 법인으로 취급되어 아일랜드에서는 과세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미국모회사는 S1과 원가분담약정(cost sharing arrangement)을 체결하여 모회사는 개발원가 수준의 저렴한 대가만을 받고 S1에게 특허권등 지적재산권의 소유권을 이전한다.

그런 후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 S1이 100% 소유하는 회사들을 각각 설립한다. 네덜란드에 설립한 법인(D)은 도관회사로서 S1은 이 회사를 통해 아일랜드의 자회사(S2)에게 특허권등 지적재산권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다.

그러면 S2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지역의 고객에게 상품이나 software를 판매하면서 지적재산권을 사용하도록 권리를 부여하고 고객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때 받은 로열티는 S1에게 다시 지급함으로써 사실 상 이에 대해서는 손금으로 공제되어 아일랜드에서는 법인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로열티로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아일랜드의 법인세율 12.5%가 적용된다.

아일랜드 세법상 S1은 버뮤다 법인으로 취급되므로 만일 S2가 S1에게 직접 로열티를 지급한다면 S2는 아일랜드 세법에 따라 20%의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S2는 로열티를 도관회사인 네덜란드의 D에게 송금하고 D는 이를 다시 S1에게 전달한다.

EU국가들 사이에는 Interest and Royalties Directive가 있어 동 규약에 따라 EU 국가들 사이의 로열티를 지급할 때에는 원천징수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S2가 D에게 로열티를 지급할 때 원천징수가 되지 않고, D가 S1에게 로열티를 지급할 때도 역시 원천징수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세법상 S2는 아일랜드 회사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상 S1이 수령한 로열티는 아일랜드 세법상 아일랜드에서는 과세되지 않고 버뮤다의 과세관할에 놓이게 되는 데 버뮤다는 법인세나 부가가치세등이 과세되지 않는 조세피난처이기 때문에 이곳에 소득을 장기간 유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국적 기업의 입장

다국적기업의 주장에 의하면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적 기업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글로벌 가치사슬의 모델에 입각하여 사업재편성(business restructuring)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과적으로 다국적기업그룹은 전세계적으로 자회사 또는 계열회사들이 산재하게 되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되며, 경영관리 중심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최소자본과 인력으로 좁은 범위의 부분적인 기능과 위험만을 부담하게 되므로 자연히 해당 지역에서 발생되는 과세소득은 대부분 작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즉 다국적기업이 부당히 탈세나 조세회피 행위를 함으로써 자국의 과세소득을 인위적으로 축소시켰다는 주장은 최근의 다국적기업의 경영환경과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제시된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앞서 소개한 조세회피 여론에 대하여 상당수의 다국적기업들은 자신들이 부당하게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NGO들과 정치인 그리고 여론이 상당수의 다국적기업이 “정당한 몫의 세금 (fair share of tax)”을 납부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어느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납부해야 하는 정당한 몫의 세금 (fair share of tax)의 산정 근거에 대해 다국적기업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즉, 다국적기업은 진출한 현지국가의 세법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은 모두 납부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어진 세법의 틀 내에서 합법적으로 절세를 했을 뿐인데 이러한 행위가 정당한 몫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정당한 몫의 세금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산출되어야 하는 것인지 반문한다. 자신들의 합법적인 절세가 마녀사냥식 분위기에 휩쓸려 조세회피나 탈세와 구분되지 않고 모두 같은 유형으로 취급되어 부당한 행위 또는 부도덕한 행위로 취급되는 것이 매우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세계 각국의 세법, 조세조약 또는 국제적 과세기준은 간혹 서로 상이해서 결과적으로는 다국적기업의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상황에서 납세자들이 실제로 이를 활용함으로써 설령 매우 낮은 수준의 세부담만을 부담하였다고 해도 그 자체로 납세자가 조세회피를 했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국내외 여론이나 NGO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납세자가 조세회피를 했다고 비난하는 격인데,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의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세법이나 조세조약을 통해 낮은 세율을 제공하거나 조세감면등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자신의 세부담을 낮추는 것을 과연 조세회피행위라고 볼 수 있느냐는 주장을 다국적기업들은 제기하는 것이다.

최근의 국제적 논의 동향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내외 언론에 의해 집중적으로 보도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이슈에 대해서 각국의 정치지도자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급기야는 2012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G20 국가의 정상회담에서는 “세원잠식(base erosion)과 소득이전(profit shifting)을 막기 위한 필요”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였고 OECD로 하여금 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배경하에 OECD는 금년 2월 “Addressing the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나아가 금년 7월에는 이에 대한 15개의 구체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이 포함된 보고서를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하였고 금년 9월에는 G20 정상회담에도 보고하여 그 내용에 대한 지지를 받게되었다.

이에 따라 OECD 국가는 물론 BRICS국가등과 같이 G20에 포함된 OECD 비회원국들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위 실행계획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OECD BEPS 보고서의 분석

앞에서 제기된 것과 같이 다국적기업이 국제거래를 통해 매우 낮은 세부담만을 할 수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 국제거래 소득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어느 국가나 지역에서도 과세하지 않는 소위 이중 비과세 (double non-taxation)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이중비과세 문제는 왜 발생하는가? 앞서 소개한 Double Irish and Dutch Sandwich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일랜드, 네덜란드, 버뮤다와 같은 일부 국가나 지역이 특정한 국제거래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면세를 해주는 제도를 두고 있기도 하고 자국의 과세범위을 매우 좁게 설정하는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와 같은 국가나 지역이 위와 같은 관대한 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들 국가나 지역이 경쟁적으로 외국인투자 유치, 고용창출 또는 자국으로의 자금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 투자가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세금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와 자금이동, 고용창출등이 촉진되면 그것으로 충분히 추구할 가치가 있는 정책이라고 판단하여 이들 국가는 위에서 언급한 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이중비과세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또다른 하나는 OECD나 UN등이 제정한 현행 국제적 과세기준이 급격히 변화하는 최근의 과세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해, 국제적 과세기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전가격 과세원칙이나 고정사업장 과세원칙 등이 최근 급격히 발전하는 IT기술과 접목된 사업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실제로 과세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적절한 과세권을 부여하지 못한 결과 소득 포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득 발생국은 물론 소득귀속자의 거주지국에서도 적절히 과세를 하지 못해 이중비과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이중비과세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느 특정 조직이나 거래에 대해 국제적으로 서로 다른 과세취급을 함에 따라 어느 한 국가에서는 손금으로 공제를 받으면서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는 발생소득에 대해 비과세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다국적그룹의 A국 소재 기업 X가 B국 소재 계열회사 Y가 발행하는 특정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Y가 X에 지급하는 데 있어 B국에서는 동 금융상품을 일종의 채권이라고 보는 반면 A국에서는 일종의 지분증권으로 취급하고 (이러한 성격의 금융상품을 hybrid financial instrument라고 함) 법인간의 배당에 대해서는 배당수취법인에 대해서 익금불산입을 허용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면 Y가 지급하는 금액은 B국에서 이자의 지급이라고 보게 되므로 동 지급액은 Y가 과세소득 산정시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한편 X가 Y로부터 수령하는 수익은 일종의 배당으로 취급되므로 X의 과세소득으로 합산되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당 다국적 그룹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X가 수령한 수익은 과세가 되지 않은 채 Y가 지급하는 금액만큼 Y의 다른 과세소득을 줄일 수 있게 됨으로써 다국적그룹 전체의 세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는 A국과 B국이 세법이 소득구분에 있어 서로 상이한 과세취급을 하는 제도를 둔 결과 의도하지 않은 과세상의 맹점(loop hole)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BEPS를 막기 위한 OECD 실행계획 (Action Plan)

금년 9월 G20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BEPS에 대응하기 위한 15개의 실행계획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각 실행계획별로 마감시한을 제시하고 있는 데 그 최종시한을 2015년 말까지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OECD 와 같은 국제기구가 업무를 추진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실행가능성이 의심스러울 만큼 의욕적인 일정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OECD 재정위원회는 동 실행계획을 G20 정상에게 보고하고 폭넓은 지지와 승인을 얻어냄으로써 동 업무를 global project화 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러한 정치적 추진력을 바탕으로 하여 OECD 재정위원회는 적어도 2015년말까지는 동 업무의 수행에 전력투구를 할 것으로 보이고, 모든 가용 인력과 자원을 이 프로젝트 추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실행계획 추진결과 마련될 구체적 대안들이 향후 G20의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의의 주요의제중의 하나가 될 것인데, 구체적 대안들을 마련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간의 이해관계 또는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는 BEPS관련 국제조세 이슈가 국제정치의 문제로까지 발전할 소지도 크다고 하겠다.

동 보고서가 제시한 15개의 실행계획의 내용을 표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임과 동시에 G20 정상회의의 참가국의 지위에 있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실행계획 이행과정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게 될 것이고 또한 G20 재무장관회의나 정상회의시 주요 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행계획 이행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어떠한 입장(position)을 취하고 어떠한 역할(role)을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적어도 향후 1-2년간 OECD나 G20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내용이 그 동안 수십년간 적용해온 국제조세 지도원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국제조세 질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설정하는 작업임을 감안하면, 우리가 OECD나 G20회의에서 제시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과 역할설정은 우리나라의 국제조세 정책에 대한 방향의 재설정 작업과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정립 과정에서 정부 내에서의 논의뿐 아니라 관련 학계와 실무계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여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