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지주회사로 세금 한푼 안내고 상속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타이어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라며 향후 지배구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로 바꿔지게 되면 오너 2세들이 일거에 경영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게 되고 세금 한푼 내지 않고 회사를 상속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돼 과세당국과의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 21일 신주 8332만여주를 새로 발행해 자회사인 한국타이어 보통주와 맞교환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다음달 7일부터 7월2일까지 한국타이어 3200만주를 주당 4만9843원에 공개매수해 현물출자 받고 반대급부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신주를 주당 1만9142원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교환비율은 2.6038554배로 되어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은 4.6% 수준으로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지주회사 요건인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지주사 전환은 오너 2세인 장남 조현식 사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크게 늘리는 구도로 되어 있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 164만544주(5.79%)와 한국타이어 주식 717만7241주(5.79%)를 갖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따라 보유중인 한국타이어 주식을 전량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현물출자하면 그 대가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신주 1868만8497주를 받게 된다. 

조현식 사장은 기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보유주식 164만544주를 더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예정 발행주식 총수의 18.2%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 200만9009주(7.1%)와 한국타이어 주식 878만9241주(7.1%)를 보유하고 있다. 현물출자를 하면 2288만5912주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을 받는다. 기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보유 주식을 더하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예정 발행주식 총수의 22.3%에 달하는 지분을 갖게 된다.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을 합하면 40.5%에 달한다. 일반 투자가들이 유장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예정된 현물출자 규모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이들의 지분율은 더 높아지는 구도로 되어 있다.

KB투자증권 신정관 애널리스트는 "이번 현물출자 발표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며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는 한국타이어에 대한 지분 40.8%를 갖게되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 83.8%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주회사에 이익몰아주기 흔적 역력…유상증자 구도와도 직결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1월 1일 지주사이며 특수관계인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540억원 상당의 Hankook 브랜드 사용료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타이어가 한국타이어어월드와이드로부터 Hankook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댓가로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말까지 지불하기로 한 금액이다.  분기별로 보면 상표 사용료가 분기당 1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앞으로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Hankook이라는 상표 하나를 한국타이어에 사용토록 하면서 엄청난 로얄티를 챙기게 됐고 이 이익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 83.2%를 갖게 될 조양래 회장 및 12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된다. 이른바 이익 몰아주기가 가능하게 된 구도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이번에 총 3200만주의 한국타이어 주식을 공개매수한다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일반투자자들은 보통 공개매수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타이어 주식을 넘기는 대신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을 대가로 받게 되는데 지주회사 주식은 일반인들이 크게 선호하지 않는 종목이다.

기업 인수합병(M&A)이라는 호재는 아예 존재할 수가 없게 되고 유동성도 그다지 크지 않아 단기매매에는 부적합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또한 공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투자 위험성을 알려주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를 내심 바라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정관의 적용 등에 대한 이견 및 이의 제기에 의해 소송이 제기되거나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에는 금번 유상증자의 추가 상장일 등의 일정에 차질이 생겨 환금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사오니 유의하기 바란다고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한국타이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 특정 주주의 지분이 늘더라도 주식을 직접 증여하거나 상속하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와 같은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지주회사 전환과 더불어 후계 승계까지 마무리할 경우 부를 대물림한다는 측면에서 과세당국과의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