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향후 이전가격과세제도 운용방향

2012년 9월 현재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2만2373개이고 그 투자규모는 383억불로서 중국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투자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번째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의 이전가격 과세정책 방향을 사전에 파악하여 이에 대비해 나가는 것은 기업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전가격에 대한 국제적 과세기준으로 그 동안에는 일방적으로 OECD 이전가격 과세지침(OECD Transfer Pricing Guidelines)만 활용되었으나, 작년 10월에 'UN 이전가격 매뉴얼'이 확정되면서 향후에는 이 매뉴얼이 주로 개발도상국의 이전가격과세 적용시 국제기준의 하나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 매뉴얼에 자국의 향후 이전가격과세제도 운용방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2010년 초 UN 조세전문가 위원회의 이전가격소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동 소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참여함으로써 동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는 중국의 이전가격 정책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이전가격 정책에 대한 분석내용을 소개하고 아울러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중국은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가 말해주듯이, UN에서의 발언권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 중국은 작년에 확정된 UN 이전가격 매뉴얼 제10장(Country Practices)에 자국의 이전가격세제 운용 방향을 천명함으로써 OECD 이전가격 과세지침 및 UN의 이전가격 매뉴얼 제1장~제9장에 반영되지 않는 자국의 과세방식이 이론적으로도 타당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동 매뉴얼에서 소개한 자국의 주요 이전가격 운용방향의 내용은 첫째 '지역선정에 의한 비용절감'(location saving), 둘째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location-specific advantage), 셋째 '무형자산'(intangibles) 등의 경우와 같이 다국적기업의 주요 중국진출방식에 대한 이전가격세제 적용 문제 중 중국의 과세당국과 다툼이 많은 쟁점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UN 이전가격 매뉴얼 초안의 제10장(Country Practices)에서 '지역선정에 의한 비용절감'이란 다국적기업이 저비용 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때 실현한 순비용의 절감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순비용 절감은 재배치로 인해 훈련교육 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추가적인 지출(dis-savings)이 발생하더라도, 원재료, 노동, 임대료, 교통 및 인프라 비용 등의 지출을 더 낮춤으로써 실현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더해 이를 계량화시켜 중국에 귀속하는 과세소득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 이슈와 관련된 중국의 과세권을 분명하게 확보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지역선정에 의한 비용절감'에 대한 국제적 과세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OECD 이전가격 과세지침에 따르면, 지역선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존재한다고 해서 동 이익이 모두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기업에게 모두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어느 정도가 동 기업에 귀속되는 지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제3자들간의 거래의 협상력을 결정하는 요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입주지역에 소재하는 기업이 임가공 업체이고 거래 당사자와 독립된 임가공 업체들이 이미 해당 지역에 많이 존재한다면 이들 임가공 업체가 많은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많은 과세소득이 동 기업에 귀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동 기업이 다른 기업들이 소유하지 않은 경제적 가치가 놓은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동 기업은 협상력이 높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지역선정에 의한 비용절감’ 중 상당부분을 동 기업의 과세소득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과세기준에도 불구하고, 향후 중국 과세당국은 다국적기업이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순 비용절감액 전체가 오직 중국 기업에 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그 편익을 산출하는 방법을 구체적 제시하면서 중국의 자회사에 보다 많은 과세이윤을 귀속시키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려고 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우리기업은 향후 이전가격 정책수립시 이에 대한 대비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 (location-specific advantage)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OECD 이전가격과세 지침은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반면, UN 이전가격 매뉴얼은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이 '지역선정에 의한 비용절감'에 지리적 입지와 관련된 다른 종류의 혜택을 합한 개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UN 이전가격 매뉴얼 초안의 제10장(Country Practices)에서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은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자산, 부존자원, 정부의 산업정책과 유인책등에서 발생하는 생산관련 혜택을 가리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숙련된 저임금 노동과 잘 개발된 공급자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투자를 하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시장과 고객들에 가까이 접근하고자 중국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한편 낮은 원가의 이점(利點)을 누리기 위해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중국 과세당국은, 외국의 다국적 자동차업체가 중국에 합작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위와 같은 혜택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특수관계자인 부품 공급업체 등이 조달하는 부품의 공급가격을 정상가격 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함으로써 중국의 합작투자법인의 과세소득을 부당하게 축소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중국 조세 당국은 다음과 같은 네 단계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1단계 :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이 존재하는지 파악한다.

2단계 :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이 추가적인 이익을 발생시키는지 판단한다.

3단계 :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으로부터 발생하는 추가적인 이익을 계량화하고 이를 측정한다.

4단계 :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기 위한 이전가격 방법을 결정한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결국 '지역선정에 따른 혜택'을 하나의 무형자산(intangible)과 같이 취급하고, 따라서 적정한 정상가격 산출방법도 무형자산 소재지에 보다 많은 이익을 귀속시킬 수 있는 이익분할방법(profit split method)을 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중국 진출 우리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중국의 과세당국은 UN 이전가격 매뉴얼 초안의 제10장(Country Practices)에서 중국자회사가 시장개척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무형자산의 가치 상승을 위해 공헌을 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다국적기업은 중국자회사에 대해 적절한 보상 (즉, 공헌에 상응하는 과세소득의 중국귀속)을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로얄티 관련 사례를 제시하면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외국의 특수관계기업에게 지급한 사용료 크기의 적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전인 2002년에 중국에 설립된 중국 계열회사가 제조공정을 사용하는 대가로 3% 로열티가 부과된 경우, 해당 무형자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동일한 가치를 계속해서 제공하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지 않고 2012년에 동일한 로열티를 계속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중국 계열회사가 10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제조공정을 사용해오면서 모회사의 제조공정을 개선했다면 이러한 로열티 지급 관행은 더욱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해당 중국 계열회사가 제조공정에 대해 모회사에 로열티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지 여부 또는 해당 중국 계열회사가 자사가 개발하여 그룹사들과 공유해온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적정히 판정하여 그에 따라 지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과세당국은, 외국자회사의 중국자회사 중에는 계약 연구개발(contract R&D)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가 많은데, 이들은 중국 세법상 조세감면을 받을 목적으로는 동 기업이 진귀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이전가격세제 적용시에는 해당 중국 자회사는 가치 있는 무형자산이 없는 단지 계약 연구개발 서비스 제공자라 주장하면서 정상가격산출 방법 선정시 중국에 매우 적은 과세소득만을 귀속시키는 원가가산방법을 사용한다고 비판한다. 

즉, 이런 경우에는 정상가격 산출방법으로서 원가가산방법 보다는 중국 귀속소득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는 이익분할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은, 향후 중국자회사가 한국의 모회사에게 지급하는 로열티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기업은 중국 현지법인이 창출하는 무형자산의 존재여부(예: 중국내 마케팅 활동 강화를 통한 marketing intangible의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등) 및 그 가치평가(valuation)에 대해서 체계적인 이전가격 연구(TP study)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문서화(documentation) 해놓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해당 자회사가 모회사에 지급하는 로열티에 대해 과거에 중국에서 조세감면을 받은 실적이 있다면 중국 과세당국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좀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