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를 탈세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불법적인 변칙 상속을 억제하고, 투명한 상속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에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는 대기업에 대해 투자·고용증가 등 공제요건을 설정, 국내 경기를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한국납세자연합회가 주최한 납세자포럼에서 '가업상속공제확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대기업 가업상속공제 도입 방안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이 교수는 지난달 정부가 '201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발표한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을 현행 매출액 1500억원 이하에서 2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중견기업 성장 촉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존 매출액 기준을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높여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한 이유는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2000억원으로 확대하면 중견기업이 경쟁력 있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확대 방안이 결국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들에게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야 하는 문제로 귀착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서, 대기업이나 일부 재벌기업에까지 상속공제 혜택을 줄 경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대기업의 불법 변칙상속을 근절하고 투명한 상속과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도 가업상속공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갖춰야하는 고용유지 및 확대 의무, 가업유지 의무 등의 요건을 중소기업에 비해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상속 이후 10년 동안 정규직 근로자 평균 인원을 상속 이전 근로자 수의 1.2배(중소기업 1.0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상속 후 10년 동안은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상속인 지분도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
이 교수는 "대기업 상속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고용요건 등을 중소·중견기업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향후 10년 동안 정규직 고용인원수 및 인건비 수준을 연평균 5∼10% 정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 150억원의 상속세 감면을 유인책으로 투명한 상속과정을 담보할 수 있다"며 "상속 이후 10년 동안 대기업들의 안정적인 국내 투자와 고용증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논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상속인들이 고용유지 및 확대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이 커,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상속을 앞둔 기업의 경우 사전에 직원 수를 고의적으로 줄이거나 정규직 채용을 극히 자제하면서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이후에도 1.2배의 고용확대 의무를 손쉽게 회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용 효과와 관련해 중요한 요인은 단순한 고용인원 수보다도 양질의 고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인원뿐만 아니라 인건비 수준도 향후 10년 동안 최소한 상속 이전 수준이나, 물가인상율 반영 수준 이상을 유지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 참가한 조세전문가들은 최근 5년 동안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대폭 확대된 것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며, 추가적인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멈추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지난 1997년 1억원을 한도로 도입된 이후 2007년 상속재산의 20%(30억원 한도), 2008년 상속재산의 40%(100억원 한도), 2011년 상속재산의 70%(300억원 한도) 등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피상속인 요건, 상속인 요건 등을 만족시키거나 회피하려는 과정에서 분할, 합병, 주식교환, 명의신탁 등이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로 이러한 수단을 이용한 세금회피 계획을 세무전문가들이 컨설팅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2007년 이후 공제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천돼 제도의 긍정적 측면만 강조됐다"며 "추가적인 확대 개편을 멈추고 제도의 비효율을 감소시키기 위한 분석과 예측을 통해 복잡한 가업상속 제도를 단순한 구조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배 덕성여자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5년의 짧은 기간 동안 거의 매년 세법개정에서 가업상속공제금액이 크게 확대돼 감면효과가 단기간에 대폭 늘었다"며 "이제는 집행의 효과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실제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한 기업들의 사례와 자료를 분석해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 전반의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고령화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사업승계가 원활치 않을 경우 성장 중인 중소기업이 퇴출 위험에 노출되고,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노령화에 따른 가업승계 논의는 부의 대물림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 성장, 경제의 안정성 제고, 일자리 창출 및 유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