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채권 비과세 논쟁을 지켜보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의 외환사정이 극도로 어려웠던 2009년 정부는 다양한 외화자금 채널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소위 sukuk으로 불리우는 이슬람 채권에 대해서 다른 외화채권과 동일하게 비과세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동 법안이 국회에서 예상치 못했던 종교적 오해와 편견에 휘말려 지금까지 계류되어 오더니 이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보수적 종교단체까지 개입하면서 이 법안이 좌초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슬람 율법은 이자수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에서는 직접적인 형태의 채권은 발행하지 못하고, 대신 자금을 빌려 자산을 취득한 후 동 자산을 임대하거나 전매하여 그 임대수익 또는 전매차익을 투자자에게 자금임대 기간 동안에 임대료등의 명목으로 지급한다.

정부의 세법안은, sukuk에 의한 거래가 외양은 자산취득과 임대수익 등을 수반한 거래이나 실질적으로는 이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거래이므로 sukuk을 외화표시 채권과 동일하게 보고 세법상으로도 동일한 취급을 해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 거래에 대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 임대수익등에 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허용하는 외화표시채권이자에 대한 비과세조항을 적용하고 한편으로 관련 자산의 취득과 양도시 적용되는 양도세, 취∙등록세, 부가가치세등을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너무 과도한 세제혜택을 이슬람 채권에 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개정안을 통해 sukuk에 제공하려는 면세혜택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히 취득세, 법인세는 물론 양도세, 부가가치세까지 면제혜택을 주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를 지켜보면, 정부가 추구하는 이슬람채권에 대한 비과세 정책의 정당성 여부는 'sukuk과 같은 이슬람채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과연 이자수익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귀착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동 거래가 본질적으로 이자수익 창출을 위한 금융거래라고 한다면 동 수익창출을 위한 자산의 취득, 양도는 환매조건부 채권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소유권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관련된 취득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는 면제해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동 거래가 이자수익의 창출과 직결되어 있지 않고 외양적 법률관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래이며, 자산의 취득과 양도과정에서 소유권의 변동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부의 비과세 정책은 특혜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필자가 지난 2005~2009년 사이에 부의장을 역임했던 UN 조세전문가 회의 (Committee of Experts on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Tax Matters)에서 이슬람 채권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바가 있었고, 2008년 제4차 연차총회에서는 이슬람 채권 중 sukuk 등은 그 본질이 대여금(loan)과 같다고 규정한 바 있다 .

따라서 이들 채권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의 성격은 이자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과세기준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는데, 이와 같은 내용은 관련 UN 웹사이트에서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금년말 또는 내년 초에 발간예정인 UN 모델 조세조약 주석서 개정판에 위와 같은 내용이 명확히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sukuk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이자소득으로 본다면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형성된 자산의 취득 및 양도과정에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취득세,부가가치세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거래의 성격을 재규정하여 비과세조치가 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에서는 내국법인이나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등에 대해서는 이자 수취자의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해주도록 되어 있으므로 sukuk가 동 조항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은 형평차원에서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만일, 납세자가 sukuk 등의 형태로 외화자금을 차입하여 각종 비과세혜택을 향유한 후, 취득된 자산을 sukuk 발행목적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여 사용∙수익하는 등 조세회피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제재조치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sukuk 관련 자산취득과 양도에 대한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두고 있는 감면세액에 대한 추징제도를 적용한다면, 반대론자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의 상당부분은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와 결정에 대해 국민들 뿐 아니라 외국의 이해관계자들과 조세전문가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아무쪼록 국회가 동 사안에 대해 세법과 경제논리에 따라 냉철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

만일 국회가 문제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종교적 오해와 편견에 따라 법안을 처리한다면 우리 국회는 국민들의 신망을 잃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도 큰 비웃음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