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이 감도는 세종시 국세청사.
강민수 국세청장의 취임식이 열린 지 어느덧 2주가 지났지만, 지난 6월 말부터 정체되고 있는 고위공무원 인사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세무서장 등 과장급 인사는 취임 1주일 만에 단행, 일선 공백에 대한 급한 불은 껐으나 인사 검증과 대통령실의 재가 등이 필요한 고위공무원 인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 이미 검증 절차는 시작됐으며, 이달 중순경에는 인사 발표가 있을 것으로 국세청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단연코 '서울지방국세청장' 인사다. 서울청장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인사 판도가 180도 바뀔 수 있기 때문. 고위공무원 승진자가 5명이 되느냐, 6명이 되느냐도 여기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세무대 5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미 1급(고위공무원 가급) 지방청장으로 퇴직한 이도 있고 곧 퇴직을 앞둔 지방청장도 있으나 나머지 인물들의 행보는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운영되며 수많은 국세공무원을 배출한 국립세무대는 기수마다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까지 고위공무원을 탄생시키고 있다.
1기에선 1급 청장 2명을 포함해 총 4명(김재웅 전 서울청장, 김한년 전 부산청장, 권순박 전 대구청장,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2기에선 이현규 전 인천청장, 이청룡 전 대전청장, 김형환 전 광주청장 등 2급 지방청장 3명이 나왔다.
3기는 최시헌 전 대구청장과 김진호 전 서울청 조사3국장 등 2명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4기에서 다시 4명(김재철 전 중부청장, 이판식 전 광주청장, 백승훈 전 중부청 조사2국장, 한재현 전 중부청 징세송무국장)의 고위공무원이 나오면서 꺼져가는 세무대의 불씨를 되살렸다.
◆…'세대 5기' = 왼쪽부터 장일현 전 부산청장, 양동구 광주청장, 박수복 인천청장, 박광종 중부청 조사3국장, 장신기 중부청 납세자보호관.
그리고 지금은 5기의 시대. 현재까지 총 4명의 고위공무원 승진자가 배출됐다.
스타트는 애초부터 동기 중 가장 앞서 나갔던 장일현 전 부산청장(66년·서울·환일고)이 끊었다. 2020년 고공단에 입성한 그는 부산청 성실납세지원국장, 본청 소득지원국장·개인납세국장을 거쳐 1급 청장인 부산청장으로 영전, 작년 말 공직을 떠났다.
두 번째로 고공단에 입성한 이는 양동구 광주청장(66년·전남 순천·순천고)이다. 양 청장은 2022년 초 고위공무원으로 승진, 부산청 성실납세지원국장,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거쳐 현재 광주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66년생으로 올해가 명퇴연령(2년 조기 명퇴)이고, 1년간 청장으로 근무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 퇴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세 번째 승진 문턱은 박수복 인천청장(66년·경북 청도·모계고)이 넘었다. 작년 1월 고공단에 입성한 그는 중부청 조사3국장과 본청 복지세정관리단장을 6개월씩 역임하고 올해 초 인천청장에 부임했다. 아직 임기 1년이 안 되었다는 점에서 올 연말까지 현 위치에 머물 수 있으나, 최근 1급 승진 검증 대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국세청 2인자인 '차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명퇴연령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차장이 되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퇴직을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행시 출신들이 차장보단 기관장인 지방청장을 내심 선호한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네 번째 고위공무원 승진자는 박광종 중부청 조사3국장(67년·전남 광산·광주살레시오고)이다. 67년생으로 내년까지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차기 지방청장이 유력시되고 있는 인물이다. 출생지에 따라 퇴직을 앞둔 양동구 광주청장의 후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대전청장 등 타 지방청장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 나온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잠룡'이 대기 중이다. 바로 장신기 중부청 납세자보호담당관(67년·전남 순천·순천고)이다. 이번 인사에서 5~6명의 고위공무원 승진자 중 1~2자리는 비고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 납보관이 과연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 납보관이 승진 막차에 탑승한다면, 세대 5기는 역대 최다인 5명의 고위공무원을 배출한 기수가 된다.
국세청 안팎의 이야기에 따르면 장 납보관의 승진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과거 본청 기획재정담당관실에서 강민수 국세청장과 함께 구슬 땀을 흘린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나머지 세대 출신 부이사관 중 확실한 승진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강 청장과의 인연이 오히려 강 청장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고, 세대 5기 중 이미 4명의 고위공무원이 배출됐다는 점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비관 섞인 이야기도 나오지만, 강력한 승진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후 기수인 세대 6기부터는 다소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어쩌면 5기가 세대의 마지막 자존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현재 6기에는 한경선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외에 고위공무원 승진자가 없다. 부이사관 중에도 6기는 김진우 전 역외정보담당관(국세청 대기)이 유일하다. 7기는 아직 고위공무원 승진자가 배출되지 않았으며, 김학선 서울청 감사관이 부이사관으로 대기 중이다. 8기와 9기는 부이사관 승진자도 없으며, 10기에서 그나마 고영일 대구청 조사1국장과 장권철 전 세원정보과장(국세청 대기) 등 2명의 부이사관이 배출돼 향후 행보를 기대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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