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을 '용두사미', '부자감세의 종결판', '세수기반 훼손' 등의 단어로 정의했다.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대대적인 감세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부자감세에 대한 부분을 우려하는 이들에겐 세수와 조세정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건 납세자연합회 회장(한밭대 교수)은 이번 세법개정에 대해 "한마디로 용두사미에 그친 세법개정"이라며 "대대적인 상속세 개편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실질적인 개편을 기대했지만, 거대 야당을 의식해 미리 꼬리는 내린 모양새"라고 혹평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하향조정하지 않고 단일과표 추진 등도 없어서 기업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를 위한 세제개편이라고 보기에 매우 제한적"이라며 "OECD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종부세를 폐지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소극적인 개편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는 것과는 반대로 몇몇 감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도 있다.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강남대 교수)은 "상속세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이외에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상속세 감세가 마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인 것처럼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지속적인 부자감세는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이외에도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안이 빠진 것은 다행이지만, 기업과 대주주 감세가 세법개정안의 핵심"이라며 "이런 세제 개편은 그 효과가 영속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조세정의 훼손 및 세수기반 훼손의 부정적 영향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전문가 답변.(가나다 순)
Q.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총평은?
◆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학회장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2024년 세법 개정안은 최근까지 계속 이슈였던 상증세 분야의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문제, 가업상속공제분야를 개정분야에 올렸다. 주주환원 촉진세제나 금투세 폐지, 상증세에 대한 개선사항을 제시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결혼세액공제 신설이나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자녀세액공제 금액확대 등은 우리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에에 이어 올해의 상송세 및 증여세에 대한 감세는 한마디로 부자감세의 종결판이다.
상증세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이외에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부는 상증세 감세가 마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인 것처럼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밸류업기업과 스케일업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한도를 2배로 확대하고, 기회발전특구에서의 창업 및 이전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를 한도 없이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조세우대를 부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지속적인 부자감세는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외에도 궁극적으로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해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가치를 형해화할 우려가 매우 크다.
◆ 이동건 납세자연합회 회장 (국립한밭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한마디로 '용두사미'에 그친 세법개정안이다. 지난해 총선 때문에 소극적인 미세 수정에 그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올해는 상속세의 대대적인 개편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실질적인 개편을 기대했음에도 정부안은 거대 야당을 의식해 미리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다만, 국가의 미래는 R&D에 달려있다는 현 정부의 신념대로 연구개발과 투자를 활성화해 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밸류업 및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세제지원을 도입하는 등 주목할 만한 개정도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결혼·출산·양육과 관련한 세법 개정안은 출산지원금을 비과세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안이 빠진 것은 다행이지만 그 외 자산과세는 폐지·유예·완화하고 재벌 대기업 공제 연장 상향 등 기업과 대주주의 부자감세가 핵심이다.
지난 2년간 감세 정책으로 2028년까지 89조3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에 더해 이번 개편안이 실시되면 2029년까지 18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제 개편은 그 효과가 영속적일 것이므로 조세정의 훼손 및 세수기반 훼손의 부정적인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법인세 최고세율을 하향조정하지 않고, 단일과표 추진 등도 없어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를 위한 세제개편으로 보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다.
주주환원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는 밸류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것이면서도, 비상장기업을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속세 과세표준을 종전 30억원이 아닌 1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 40%가 적용되도록 한 것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종전의 세부담을 줄이겠다는 추진방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주식할증평가 폐지와 최고세율 하향 조정은 주로 대기업 대주주 등 초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증여세의 경우 공제액확대 등을 반영하는 세편개편안이 부재했으며, 종합부동산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세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완화 혹은 폐지를 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소득의 경우 유예되지 않고 폐지한 것과 가상자산과세는 곧바로 시행하지 않고 유예된 것은 아쉽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