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작성 이래 최다…작년 한해 기준 훌쩍 넘겨
"종부세는 위헌" 불복 는 탓, 4000여건 접수돼
인용률 18.9%…종부세 위헌 여부 제외땐 27%
과세당국(국세청 등)이 부과한 세금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9월까지 기준인데도, 이미 작년 한 해 기준을 훌쩍 넘겼다. 떼쓰기식 '세금 불만'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납세자(청구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금 부과 취소를 내리는 사례인 인용률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인용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부실한 과세가 많아졌다'는 식의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20일 조세일보가 입수한 '심판청구 사건처리 현황(내국세·지방세 포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납세자(개인·기업)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건수는 1만4578건이었다. 이월된 사건까지 포함했을 땐 1만7827건으로, 2022년(1만4814건)과 비교해 3013건 늘었다. 3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작년 한 해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3년 심판청구 통계가 작성된 이후로도 최대치다.
주로 국세 관련 불복이 급증한데 따른 것이었다. 종합부동산세가 '사유재산제도의 취지를 훼손시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납세자들이 반발하면서다. 경정청구(환급)을 요구한 건수는 무려 400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심판원 관계자는 "종부세 위헌을 따지는 사건이 많았고, 일반 병합 사건도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적지 않은 수의 납세자가 불복을 제기하고, 이 중에서 부실과세로 판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데 있다.
올해(9월까지) 심판청구의 인용률은 18.9%였다. 100건 중 19건의 세금 부과가 잘못됐다고 판정을 받은 것이다. 심판원의 인용 결정에 과세관청은 불복 권한이 없다. 올 심판청구 건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단순비교는 어려우나, 작년 한 해 인용률(14.4%)보다 높았다. 특히 '법률의 위헌 여부'만을 따지는 종부세 사건을 제외시켰을 땐, 전체 사건의 인용률은 27.0%까지 치솟는다. 작년(위헌 사건 제외시, 19.8%)엔 20%대 아래였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3600여 가구)이 종부세 환급을 받은 사례도, 인용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기능을 상실한 건물에까지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조합원들의 주장에 심판원이 손을 들어준 사건이었다.
과세품질 높이겠다더니
조세불복은 대부분 국세 부과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 작년 기준을 보더라도 국세 사건은 1만1051건(이월사건 포함)으로, 전체 심판청구 사건의 약 75%를 차지했다. 건수로는 심판청구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았다.
국세청에서 과세품질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적지 않다. 최근 과세 전엔 외부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과세 후 패소한 사건에 대한 원인분석 기능(사례집 발간→교육·사전검증 지원)도 손질했다. 올 2월 국세청의 한해 세정운용 방향성을 전파하는 자리(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김창기 국세청장도 "과세 전에는 더욱 세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세금을 도로 토해내고 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국세청의 과세품질이 되려 떨어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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