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예정처가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향후 5년간 4조2176억원 규모의 세수가 줄어든다(누적법 기준, 기준연도 대비 방식). 정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5년간 세수효과를 마이너스(-) 3조702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년대비 기준으로 예측한 순액법으로도 차이가 난다. 정부는 4719억원, 예정처는 6389억원의 세수 감소가 이루어질 것으로 봤다.
정부와 예정처 간 엇갈린 분석이 나온데는 추계 방법, 법인세·부가가치세 세수효과에서 추계 대상에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서였다. 예정처는 "정부와 달리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 추가,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을 추계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추정곤란'이란 이유로 세수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예정처는 최근 투자액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했는데, 그 규모는 –5293억원에 달한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에 따라 세수는 4012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자녀장려금 대상과 지급액을 늘리면서 발생할 세수효과는 유사했다. 정부는 대상 가구 수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을 가정해서 2조6500억원이, 예정처는 소득·자녀 수 추계에 따른 지급대상 가구수 감소를 전제로 2조6971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들 세금 깎아주기, 중소보단 대기업에 집중
법인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세부담이 더 줄어든다. 순액법 기준으로 법인의 세부담 감소 규모는 1586억원으로 예측됐는데, 약 86%(1363억원)가 대기업에 쏠려있다. 중소기업은 223억원 수준의 세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425억원, 대기업은 69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앞서 언급됐듯이, 정부가 추정하기 곤란하다는 대상을 예정처는 추계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이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정처는 개인의 세부담 감소 규모를 6094억원으로 예측했다. 고소득자(590억원)보다 서민·중산층(5504억원)의 세부담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전망치(서민·중산층 6302억원, 고소득자 710억원)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계층별 세부담 감소 비중은 유사했다.
말로만 비과세·감면 정비…실제론 '미흡'
증세(增稅) 논란이 나올 때마다 '크고 작은 조세지출 제도들을 정비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상당수 제도가 보완 작업(재설계)을 거치지 않고 단순 연장될 전망이다. 예정처가 '2023년 조세지출예산'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조세지출 정비항목은 총 32건(신설4건·확대19건·폐지6건·축소3건)이었다. 이렇게 정비됐을 때의 세수효과는 내년에 –8567억원 수준이었다. 향후 5년 기준으론 –4조122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비율론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는 71개로, 이 중 일몰이 종료(폐지)되는 제도는 6개에 불과하다. 축소된 제도는 3개였다. 문제는 이렇게 보완 작업도 없이 단순하게 일몰기한이 연장된 제도가 60개나 된다. 게다가 향후 5년간 조세지출 정비에 따른 세수효과(-4조1228억원)보다, 신설·확대로 인한 세수감소 규모(-4조1480억원)가 폐지·축소보다 더 컸다. 깎아주는 세금도 더 늘며 '법정한도'를 어기고 있다. 내년 조세지출 규모는 77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조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그해 국세감면율(16.3%) 또한 법정한도(14.0%)를 웃돌았다.
예정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일부 주요 항목을 시행령 개정 등 위임입법을 통해 추진하고, 비과세·감면 등 제도 정비를 통한 세입여건 점검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 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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