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세청)
국세청이 동일·유사한 과세쟁점에 대해 조세심판원에서 반복적으로 패소하면서도, 기존 세법해석을 정비하지 않으며 행정력을 낭비하는 징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체적 혐의 없이 단순 추정으로 세무조사를 벌였는데 정작 과세를 하지 못한 부분은, 납세자 권익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12일 내놓은 '납세자 권익보호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초과배당에 따른 이익증여 시기가 쟁점인 사건에서 조세심판원은 2021년 11월 인용(납세자 승소) 결정을 내린 이후, 같은 사안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고 있다.
문제는 국세청이 '불복결과 원인분석'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과세품질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는데 있다. 감사원은 "반복패소사건에 대해 체계적인 원인분석은 하지 않은 채 개별 사례별로 패소원인을 분석하고 있다"며 "반복패소의 원인이 되는 세법해석을 정비하지 않고 단순히 법령해석 차이로 종결함에 따라 부실과세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세전적부심사 받을 권리 침해를 사유로 인용된 사례의 불복결과 원인분석 내역, 자료제공 감사원)
송파세무서가 과세자료를 부과제척기간을 앞두고 부랴부랴 고지한 적이 있었다. 현행 세법에선 관할 세무서장은 과세자료에 대해 과세하는 경우, 미리 납세자에게 과세예고통지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통지를 받았다면 과세 전 다투어볼 수 있다(과세전적부심사). 부과제척기간 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전까지 통지를 하지 않으면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없다. 앞선 사례를 두고 2017년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후 같은 쟁점으로 7차례의 인용 결정이 있었다.
감사원은 "부과제척기간 만료일 90일 이전에 과세자료를 처리했다면 추징할 수 있었던 세액 총 5억4000만원이 일실되고 있었는데도 책임 규명, 부과제척기간 만료일 90일 이전에 과세자료를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 없이 기준금액 미달·전심 기각 사건 등의 사유로 분석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유사사례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세청에 "불복결과 원인분석시 반복패소사건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유명 야구선수 세무조사…"권익침해" 지적 나온 까닭
부당한 세무조사로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한 경우가 있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국세청이 과거 일본에서 활동(2014~2015년)했던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를 상대로 세무조사권을 남용한 사례가 있다.
2019년 3월.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야구선수가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며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국내에 부모 등과 함께 주소를 두고 있고, 국외 활동 전부터 국민연금 등에 가입되어 있다는 점을 과세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국세청 과세사실판단자문위원회는 석 달 뒤 "해당 선수가 연평균 281일을 일본에서 체류한다" 등의 이유로 과세 불가 판단을 내려 조사가 종결됐다. 국세청의 과세권한이 없는 비거주자라는 소리였다.
감사원은 "서울국세청이 세법상 거주자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고 세무조사에 들어간 점이 과도하다"며 "탈루 혐의 등을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 없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국세청에 주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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