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름반에서 열린 세심교실에서 학생들이 소득세의 개념에 대해 배우고 있다.(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난 6일 세종시에 위치한 보람초등학교. 이 학교의 6학년 교실(바름반)에서는 특별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학급에서 운영될 세금을 정하고 세(稅) 법전을 제정하는 등 학교 수업시간에 접하기 힘든 주제들이 나와서다. 최근까지도 미래의 납세자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세금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조세 지식 공유사업' 명목으로 전 국민 조세 교육에 나선 것이다.
조세연이 이날 보람초에서 연 교육의 이름은 이른바 '세심(稅心) 교실'이다. 조세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품으라는 취지로 지었다고 한다. 조세연이 올해 초부터 착수한 지식 공유 사업의 첫 단계 과정이기도 하다. 조세연은 "조세에 대한 국민의 낮은 이해도가 세금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의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지난 2월 전담 조직인 조세지식공유팀을 새로 만들고, 맞춤형(생애주기별) 조세 교육과정을 개발해왔다.
세심 교실에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 7명, 교육학 교수 1명, 조세연 소속 박사급 연구진 3명이 참여한다. 이 전문인력들은 학생들 스스로가 학급 내에 작은 정부를 세우고, 직업 활동·창업 등 여러 과정에서 납세 가치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학급 내 직업과 소득, 납세내역 등을 전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반응형 웹페이지, 보드게임 형태로 제작된 교구를 함께 제공했다는 게 조세연의 설명이다.
강미정 조세연 조세지식공유팀장은 "조세는 국가경제·국민생활의 중요한 근간이지만 국민들의 조세 이해도는 여전히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세연이 지난 4월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 1205명·5~6학년 담임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6학년생의 67.4%가 '수업 중 세금에 대해 공부 또는 체험한 경험이 없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62.6%는 '학교에서 세금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금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다"
◆…지난 6일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름반에서 열린 세심교실에서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직접 학급 내에 적용될 세금을 정하고 있다.(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번 교육에선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 아래 '세금을 어떻게 정할까'라는 주제로 직접 세심회의(학급 내 세법을 정하는 회의)를 열어, 학급에서 운영될 세금을 정하고 세법전을 제정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이렇게 정해진 세법은 향후 학급 내에서 학생들이 여러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나 구매하는 물건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거둬들인 세금을 교실 속 어디에 사용할지를 함께 정하는 과정도 있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혜택으로 돌아오는지 '조세의 순환'을 체득할 수 있는 셈이다.
세심 교실에 참여한 황나율 양은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공공재가 무엇인지 알게 돼 신기했다"며 "더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금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심 교실을 지도한 윤보영 보람초 교사는 "세금이라는 주제는 사회 교육과정을 통틀어 6학년 1학기에 단 한 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며 "아이들이 납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세연은 세심 교실 도입 학급을 올해 37개(세종·충청권 6개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내년엔 100개 학급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토론형 조세교육 프로그램과 직업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화한 조세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강미정 팀장은 "개별적으로 조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도 일부 있지만, 이 경우 지역별·학교별 편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유관기관을 포함한 통합 협의체를 구성해 체계적인 조세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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