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국회의 효율적인 입법 및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에 대한 과세정보 제공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김창기 국세청장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국세청이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과세정보'를 두고, 국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잦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과세정보의 공개(또는 제공) 폭이 매우 좁다 보니, 조세 행정의 적절성을 평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현재 국세청의 지나친 '비밀주의'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정치권의 움직임(과세정보 제공 범위확대 개정안 다수 발의)은 거센 상태다. 다만, 과세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갔을 때 개인의 사생활과 기업의 영업상 비밀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입법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세기본법상 과세정보가 제공되는 예외사유·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왔지만, 국회에서 효율적인 의정활동 수행을 위해 과세정보 제공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사실 '개인납세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냐, 공익목적을 위해 과세정보를 공개하느냐'는 것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현재 과세정보는 비공개가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일정한 예외적인 사유(조세부과, 국가통계작성 등)에 해당된다면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과세정보를 국회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사유 범위도 넓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개별 과세정보 대신 통계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생겼고, 2010년부턴 납세자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게 과세정보를 가공해서 제공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2019년엔 통계자료 작성에 사용된 기초자료를 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그러나 과세정보의 제공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18년부터 과세정보 제공 사유에 '국정조사위원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가 법이 새겨졌다. 문제는 법 조항이 '~할 수 있다'라는 임의조항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어, 국세청의 협조에 기반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국회기관 등에 대한 기초자료 제공 조항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상 관련 조항이 존재함에도 2017년에 조사위원회 의결시 비공개회의에 과세정보를 제공하도록 법 조항을 신설한 것은 국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과세자료 등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주요국에선 과세정보를 입법부에 어떻게 제공하고 있을까. 미국은 '상·하원합동조세위원회의 서면 요청이 있다면 미국 재무부장관이 과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입법부에 대한 과세정보 제공을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중대한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과세정보 공개를 허용하는 규정이 존재해, 이 조항이 간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인다. 올해 6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회에 대한 과세정보 제공범위 확대 개정안'은 모두 4개다. ①과세정보 제공 예외사유에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임명동의안 등의 심사를 추가하거나 ②과세정보 제공에 대한 임의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개별납세자료 등은 세법안 심사, 정책분석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므로 국회의 입법활동을 위해 상세한 수준의 과세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 과세정보 제공요청은 국가의 과세권 행사를 감시·통제함으로써 국세행정의 투명성 강화라는 공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과세정보는 개인의 소득에 관한 사생활 정보라는 점에서 납세자의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