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이 제33대 한국세무사회장.
최근 열린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그야말로 '대이변'이 일어났다. 스스로 새바람을 자신했지만, 열세에 놓인 것으로 평가받아 왔던 구재이 세무사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차기 세무사회장에 당선된 것. 구 세무사가 얻은 표는 9611표 중 4283표. 유력 회장 후보였던 김완일 세무사와의 표차는 불과 33표였다. 세무사회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기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모습이다.
구재이 세무사는 어떻게 세무사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① 변화에 대한 갈증
구재이 회장은 당선 후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세무사를 위해, 국민과 납세자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세무사회가 어땠길래 새로운,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강조했을까.
세무사회는 십 수년간 특정 인물에 의해 좌지우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의 이야기인데, 세 차례 세무사회장을 지낸 정 전 회장이 미는 인물은 무조건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세무사회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했다. 실제 정 전 회장은 백운찬·이창규·원경희 전 회장을 지지했고 결과는 전원 당선으로 이어졌다. 회장의 이름과 얼굴만 바뀌었지, 그 위에 '상왕'은 늘 같았다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은 이번에도 김완일 세무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리고 항상 그래왔듯이 김완일 세무사가 당선될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측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더이상 정 전 회장의 사람에게 몰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정 전 회장의 '상왕통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회원들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회장은 세무사 자격을 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으로부터 독립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회계사, 변호사 등 타 전문가단체보다 플랫폼, AI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력이 세무사 업계에 더 위협적인 시대가 됐다.
세무사 업계는 애초부터 명의대여와 덤핑 문제라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유사세무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또 20년째 제자리걸음인 세무 기장료로 인해 직원 인건비조차 해결 안 된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4대 보험 업무까지 처리해 주고 있는데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회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세무사회장을 뽑기 위해 2년마다 투표를 했지만, 누가 되든 별반 다름을 못 느꼈다. 특히 최근 세무플랫폼 '삼쩜삼'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무사회의 모습은 회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은 당연히 변화에 목마를 수밖에 없었고, 새바람의 아이콘을 자처한 구 회장이 절묘하게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구 회장 역시 당선 비결을 묻는 질문에 "지금의 기적은 '1만5천 회원들의 변화요구'가 만든 결과"라며, "회원들이 참아주고 기다려 줬는데, 이제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런 이유가 회원들의 변화 욕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세무사업의 사업 현장 문제, 세무사회 문제, 세무사 제도 혁신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은 평소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세무사고시회장 시절 '마을 세무사'를 착안해 이를 서울시의 대시민 서비스로 키우는 등 문제 상황에서 해결방안을 찾고자 하는 열정과 추진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이미 받고 있다. 당장 세무사회 안팎으로 많은 부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구 회장이 집행부를 꾸리면서, 정 전 회장의 주변 인물들은 세무사회에서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세무사회 홈페이지는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며, 세무사회장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는 앞으로 타 전문가단체처럼 전자투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도 친분이 꽤 있는 인물로 알려진 구 회장이 세무사 업계를 위한 법 개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② 오만에 대한 반감
세무사 업계 안팎에선 구 회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세무사회 집행부의 편파 선거 지원과 무리수를 꼽는다. 중립을 지켜야 할 세무사회는 언젠가부터 특정 후보, 정확히 이야기하면 정 전 회장이 간택한 후보를 밀어주는 것에 열을 올렸다. 투표가 임박하면 세무사신문은 특정 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이번에도 뜬금없이 특정 후보(김완일 회장 후보, 남창현 윤리위원장 후보 등)와 정 전 회장이 과거에 함께 찍었던 사진이 기사로 올라왔다. 사실상 집행부의 측근으로 이루어진 선관위는 현실성이 없다며 후보들의 공약을 난도질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현장 '소견발표'까지 없앴다. 가뜩이나 인터뷰나 정책토론도 금지해 놓은 상황에서, 회원들의 귀까지 막아버린 것. 일각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집행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늘 이런 방식으로 선거에서 이겨왔기 때문에,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집행부의 오만함이 회원들의 반감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집행부는 서울회장 보궐선거를 폐지해 버리며 오만의 끝을 보여줬다. 서울회장이었던 김완일 세무사가 본회장에 출마하면서 서울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선거를 하지 않고 부회장에게 자동 승계하도록 법을 바꾼 것. 김완일 세무사가 조금만 일찍 사퇴했다면 서울회장 선거와 본회장 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급 적용까지 하며 법 개정을 밀어붙인 집행부의 결정에 반대 집회까지 열렸다. 하지만 오만한 집행부는 집회에 모인 이들을 위해 휴게 장소까지 직접 마련해 주는 여유를 부렸다. 지방회별 투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회 투표에서 구 회장이 김완일 세무사를 압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③ 세무대의 힘
현재 국세청 고위직은 행정고시 출신과 세무대학 출신이 양분하고 있다. 물론 최상위 계급인 국세청장과 고위공무원단의 경우 행시 출신이 많지만, 세무서장급(4급)은 세무대학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무사 가운데서도 세무대 출신들이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200여명이 세무대학세무사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세무대 3기 졸업생으로, 이번 선거에서 세무대 출신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대 출신이 구 회장에게 몰표를 던졌다면 구 회장이 얻은 4283표 중 4분의 1가량은 세무대 출신의 표일 수도 있다. 김완일 세무사와의 표차가 33표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여기에 더해 '공직'의 힘까지 빌렸다. 선거 중간 최시헌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구 회장의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로 깜짝 합류한 것. 최 전 청장은 대구청 성실납세지원국장, 서울청 감사관, 중부청 징세송무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등을 역임하고 2020년 말 대구청장으로 퇴직한 '빅네임'. 구 회장과 같은 세무대 3기 졸업생으로 구 회장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전언이다.
구재이 세무사는 어떻게 세무사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① 변화에 대한 갈증
구재이 회장은 당선 후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세무사를 위해, 국민과 납세자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세무사회가 어땠길래 새로운,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강조했을까.
세무사회는 십 수년간 특정 인물에 의해 좌지우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의 이야기인데, 세 차례 세무사회장을 지낸 정 전 회장이 미는 인물은 무조건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세무사회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했다. 실제 정 전 회장은 백운찬·이창규·원경희 전 회장을 지지했고 결과는 전원 당선으로 이어졌다. 회장의 이름과 얼굴만 바뀌었지, 그 위에 '상왕'은 늘 같았다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은 이번에도 김완일 세무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리고 항상 그래왔듯이 김완일 세무사가 당선될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측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더이상 정 전 회장의 사람에게 몰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정 전 회장의 '상왕통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회원들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회장은 세무사 자격을 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으로부터 독립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회계사, 변호사 등 타 전문가단체보다 플랫폼, AI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력이 세무사 업계에 더 위협적인 시대가 됐다.
세무사 업계는 애초부터 명의대여와 덤핑 문제라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유사세무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또 20년째 제자리걸음인 세무 기장료로 인해 직원 인건비조차 해결 안 된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4대 보험 업무까지 처리해 주고 있는데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회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세무사회장을 뽑기 위해 2년마다 투표를 했지만, 누가 되든 별반 다름을 못 느꼈다. 특히 최근 세무플랫폼 '삼쩜삼'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세무사회의 모습은 회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은 당연히 변화에 목마를 수밖에 없었고, 새바람의 아이콘을 자처한 구 회장이 절묘하게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구 회장 역시 당선 비결을 묻는 질문에 "지금의 기적은 '1만5천 회원들의 변화요구'가 만든 결과"라며, "회원들이 참아주고 기다려 줬는데, 이제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런 이유가 회원들의 변화 욕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세무사업의 사업 현장 문제, 세무사회 문제, 세무사 제도 혁신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은 평소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세무사고시회장 시절 '마을 세무사'를 착안해 이를 서울시의 대시민 서비스로 키우는 등 문제 상황에서 해결방안을 찾고자 하는 열정과 추진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이미 받고 있다. 당장 세무사회 안팎으로 많은 부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구 회장이 집행부를 꾸리면서, 정 전 회장의 주변 인물들은 세무사회에서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세무사회 홈페이지는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며, 세무사회장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는 앞으로 타 전문가단체처럼 전자투표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도 친분이 꽤 있는 인물로 알려진 구 회장이 세무사 업계를 위한 법 개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② 오만에 대한 반감
세무사 업계 안팎에선 구 회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세무사회 집행부의 편파 선거 지원과 무리수를 꼽는다. 중립을 지켜야 할 세무사회는 언젠가부터 특정 후보, 정확히 이야기하면 정 전 회장이 간택한 후보를 밀어주는 것에 열을 올렸다. 투표가 임박하면 세무사신문은 특정 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이번에도 뜬금없이 특정 후보(김완일 회장 후보, 남창현 윤리위원장 후보 등)와 정 전 회장이 과거에 함께 찍었던 사진이 기사로 올라왔다. 사실상 집행부의 측근으로 이루어진 선관위는 현실성이 없다며 후보들의 공약을 난도질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현장 '소견발표'까지 없앴다. 가뜩이나 인터뷰나 정책토론도 금지해 놓은 상황에서, 회원들의 귀까지 막아버린 것. 일각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집행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늘 이런 방식으로 선거에서 이겨왔기 때문에,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집행부의 오만함이 회원들의 반감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집행부는 서울회장 보궐선거를 폐지해 버리며 오만의 끝을 보여줬다. 서울회장이었던 김완일 세무사가 본회장에 출마하면서 서울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선거를 하지 않고 부회장에게 자동 승계하도록 법을 바꾼 것. 김완일 세무사가 조금만 일찍 사퇴했다면 서울회장 선거와 본회장 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급 적용까지 하며 법 개정을 밀어붙인 집행부의 결정에 반대 집회까지 열렸다. 하지만 오만한 집행부는 집회에 모인 이들을 위해 휴게 장소까지 직접 마련해 주는 여유를 부렸다. 지방회별 투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회 투표에서 구 회장이 김완일 세무사를 압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③ 세무대의 힘
현재 국세청 고위직은 행정고시 출신과 세무대학 출신이 양분하고 있다. 물론 최상위 계급인 국세청장과 고위공무원단의 경우 행시 출신이 많지만, 세무서장급(4급)은 세무대학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무사 가운데서도 세무대 출신들이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200여명이 세무대학세무사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세무대 3기 졸업생으로, 이번 선거에서 세무대 출신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대 출신이 구 회장에게 몰표를 던졌다면 구 회장이 얻은 4283표 중 4분의 1가량은 세무대 출신의 표일 수도 있다. 김완일 세무사와의 표차가 33표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여기에 더해 '공직'의 힘까지 빌렸다. 선거 중간 최시헌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구 회장의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로 깜짝 합류한 것. 최 전 청장은 대구청 성실납세지원국장, 서울청 감사관, 중부청 징세송무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등을 역임하고 2020년 말 대구청장으로 퇴직한 '빅네임'. 구 회장과 같은 세무대 3기 졸업생으로 구 회장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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