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대 한국세무사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구재이 세무사. (사진 임민원 기자)
구재이 세무사(세무법인 굿택스 대표세무사, 이하 후보)가 다음 달 치러질 제33대 한국세무사회 회장 선거에 나겠다고 밝히면서, 세무사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 후보는 많은 납세자의 세금 신고를 세무사가 하고 있지만 세무조사 등 세무행정에서 세무사의 존재감은 미약하다고 보았다. 이는 세무당국이 '납세자 권익보호자'라는 법적 사명과 역할을 부여받은 세무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세무사의 권익보호단체인 세무사회도 이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는 정부 세법개정안이 아무런 대안이나 견제없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조세입법 현실이 세무사의 존재와 역할을 약화시킨다고 진단했다.
구 후보는 "국회와 정부가 납세자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세 전문가와 그 공동체인 세무사와 세무사회는 납세자 국민을 지킬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세무사회가 납세자 국민의 억울하고 답답한 세금 현실을 바꾸기 위해 세제와 세정개선에 직접 앞장서본 적이 없다"며 "세무사 사업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세무사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세무사 개업 24년 차인 구 후보는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비롯해 국회와 정부에서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입법 및 정책 자문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15년에는 세무사고시회장으로 '마을세무사' 제도를 창안해 세무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도 했다.
마을세무사 제도는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의 세금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무료 세무 상담과 불복대행을 수행하는 민관거버넌스 제도로, 현재 전국의 기초·광역 자치단체가 도입해 1500명의 세무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2016년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세무사가 주로 세무전문성을 자신의 거래처 등 보수를 주는 곳에만 발휘했다면 구 후보는 사업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무사가 조세입법과 세무행정,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국민들에게 어떻게 공공성있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구 후보는 최근 조세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점으로 '혁신 의지'를 꼽았다. 그는 "세무사 사업현장은 물론 조세제도와 세무행정 등 기존 질서와 제도를 바꾸는 데에 강한 열정과 추진력, 창의력과 네트워크를 갖췄기에 잘못된 세금제도와 세무행정을 고치는데 맡겨진 사명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세무사를 납세자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의 세무사'로 거듭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Q. 오는 6월에 치러질 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는데,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납세자 국민을 지키는 세무사회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거두는 정부가 징수와 행정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고치는 세법안이 국회에서 매년 토씨 하나도 고쳐지지 않고 대부분 세금제도로 입법되고 있고, 세무행정에서 세금보다 많은 가산세 부과와 과세 불복도 다반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자신의 납세의무도 아닌 세정을 위한 협력의무에까지 수많은 가산세가 새로 만들어지는 등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고 징세편의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이를 제대로 통제한 적이 없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납세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주권자인 납세자 국민의 편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조세 전문가 집단인 세무사회와 세무사회장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무사회와 세무사회장은 세무사 내부에만 국한해 활동했을 뿐 납세자 보호를 위한 마지막 보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세법들은 가산세 부과 등 징수 편의를 위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은 지불할 필요가 없는 세금을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세무사법 제1조의2는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무사라는 전문가가 단순히 자신의 돈벌이에 전문성을 쓰라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전문가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임을 의미하며, 이는 세무사는 물론 정부도 세무사가 사명을 제대로 다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납세자권익보호를 총괄해야할 세무사회는 세무행정의 영향과 사업적인 측면에서 성실한 납세의무의 이행에만 천착되어 그보다 더 큰 가치인 납세자권익 보호의 사명과 공익활동에 소홀해 왔고 세무행정에서 이를 무시당해도 침묵했습니다.
결국 세무사가 납세자 권익보호자라는 법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납세자국민의 권익은 침해되고 국민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60년 역사의 세무사회를 지나면서, 이제는 공공성있는 전문가인 세무사계에서 납세자를 진정으로 챙기는 세무사 리더가 등장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전문지식은 물론 저항할 수 없는 납세자를 괴롭혀온 불합리한 세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세금주권자 국민을 위한 세금제도 개정운동'등을 힘차게 벌이는 등 '국민의 세무사'로 거듭나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조세정책과 세무행정 개혁에 관심이 크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개혁할 생각이십니까?
납세자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이 침해되는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이라면 무엇이든 나서겠습니다.
세제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회가 조세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세금제도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국민이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부담하는 구성원들이 금액과 방법을 정한 분담금인데, 세법개정안을 매년 정부가 내고 대부분이 그대로 입법되고 있어 세금을 징수하는 일만 맡긴 정부가 세금제도까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국회는 세법심의를 담당하는 조직과 예산이 없어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놓고 심의하다 보니 정부가 만들어 온 가산세 부과, 납세자권익 침해, 새로운 규제신설, 비과세감면 확대 등 대부분의 내용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 하고 통과되기 일쑤입니다. 작년 말에는 정부안에 고향세 시행 시기를 잘못 기재해 통과시키고 뒤늦게 발견해 수정의결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제도는 당연히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조직과 기능이 재설정되어야 하니 국민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잘 수렴하는 세무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국회 중심의 세법을 만드는 '상설심의기구'의 창설도 요구할 계획입니다.
세무행정과 관련해서는, 세무사회-세무당국 간 정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무사는 700만 중소기업의 납세신고와 지원을 담당하고 있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일을 수행하고 있어 국민과 기업의 현장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무행정의 신뢰를 확보하고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세정당국이 현장의 세무사들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세정당국과의 동반자관계 회복을 넘어 세무사들을 적극 활용하는 세정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고려해야 스웨덴 등 선진국처럼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세정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Q. '국민을 위한 세금제도 개정운동'을 통해 불합리한 세금제도를 바로잡겠다고 밝히셨는데, 어떤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부가세에서 비영업용 소형승용차나 기업업무활동비 매입세액 불공제 제도는 당연히 공제될 것을 수십 년간 불공제하다 보니 국민이 억울하게 못받는 세금이 매년 수천억 원씩에 달합니다.
봉급생활자나 성실신고확인사업자 외에 나머지 사업자의 경우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를 차별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증여재산공제도 10년 칸막이로 부자나 가난한 사람, 정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공제액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니 1인당 공제제도로 바꿔야 합니다.
가산세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과세시효가 갈수록 늘어나다 보니 가산세가 세금은 물론 원본까지 초과해 과세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금의 75%를 납부지연가산세 한도로 하는 지방세에서와 같은 부과 한도도 거의 없어 납세자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조세원리에도 어긋납니다.
Q. 세무사가 납세자의 대리인으로 걸맞는 예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했는데,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세무행정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분들이 누구일까요? 세무행정을 가장 가까이서 수행하는 사람이 1만5천명의 세무사인데 이들의 세정신뢰도는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낮습니다. 세무사를 납세자권익보호의 사명을 갖고 성실납세를 지원하는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무사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세무당국은 납세자를 위해서도 세무사를 예우해야 하며 이를 넘어 세무사를 세정발전의 원동력과 견인차 구실을 맡겨야 합니다. 세무사회장은 세정발전과 회원권익을 위서 세무당국에 현장 의견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금의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제도로 바꿔서라도 세정선진화가 가능한 방안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중소기업 '회계·세무·노무 원스톱'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나온 공약인가요?
중소기업의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사 사업현장의 작지 않은 문제가 4대보험 업무처리입니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회계, 세무와 4대보험 업무하지 않고 세무사에게 맡기는 경우 회계와 세무는 물론 4대보험 업무까지 요청받아 이를 거절 못 하고 해주다 보니 이제는 그 업무량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까지 왔습니다.
이는 전문가 직역 문제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접 수행할 능력도 없는 영세 중소기업 입장에서 누가 처리하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이를 위해 직원이나 노무사를 둘 형편이 못됩니다. 사실상 세무사가 수행하는 현실을 반영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회계ㆍ세무ㆍ노무 3대 경영관리 업무를 원스톱으로 세무사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일원화하자는 것입니다.
Q. 세무사회는 지난 2020년 6월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했습니다. 일각에선 회와 회원, 회원과 회원 간의 소통을 막는다고 비판하며 부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원게시판 부활은 회원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요청사항 중 하나입니다. 이는 회와 회원 간에 얼마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지 방증한다고 봅니다. 저는 단순한 회원게시판의 부활을 넘어, 회원 간의 자유 토론과 회장을 포함한 회직자와 열린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아고라 같은 온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의 선택을 받은 회직자라면 회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회와 회원에게 유익하다면 이를 회무에 적극반영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회원이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데도 부활시키지 않는 것은 우리 회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입니다.
아울러 회원들이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는 이를 반영해 툴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 회원에게 보급하면 그 혜택은 모든 회원이 누리게 되고 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약 회원이 자신의 직무노하우를 제공하여 세무사회 프로그램 등에 활용하거나 책자로 만들게 되면, 해당 회원의 이름을 붙여 높여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1만5천 회원들에게 공유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사업현장 혁신시리즈'도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의 경쟁력과 노하우가 존중받는다면 세무사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더 많은 노하우가 공유되고 이를 통해 시장이 커지고 사회적 평가도 높아져 세무사와 국민 전체 이익이 확대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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