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제공)
현행법에 따르면 부부간의 금전거래의 경우에도 납세자가 증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가 부과되는데, 증여라는 사실은 과세관청이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용상 이화여대 교수와 강민조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15일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세무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부부간 자금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강 교수는 "부부 간의 금전거래는 가족 부양, 일상가사의 대리, 생활관계의 편의를 위한 단순 금전의 융통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부간의 예금 이체로부터 증여의 개연성을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현행 과세체계 하에서 예금명의자가 실소유자로 추정되어 예금의 명의자와 실질 귀속자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납세자가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부부간의 금전거래의 경우에도 납세자가 실질 증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가 부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증여세는 상속세의 보완적 성격을 가진다고 했다. 이어 "사전증여나 분산증여를 통해 상속세 부담을 부당하게 경감시키고자 하는 조세회피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동일 세대 간 예금의 명의 이전에 대해 엄격한 증여추정을 적용하는 것은 생활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실질과세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우리 민법은 별산제를 법정재산제로 하면서 혼인 중 형성한 부부재산의 실질을 공유재산으로 보아 청산을 인정하는 모순구조를 내재하고 있다"며 "또한 배우자간의 생전증여에 대한 엄격한 증여세 과세는 재산분할에 대한 비과세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부부가 부부재산공유제를 선택한 경우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이 부여되고 있는 상황이나 부부재산공유재에 관한 법제가 불완전해 현실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별산제가 부부 재산관계의 실태와 괴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부간의 자금거래에 관해 엄격한 증여추정을 적용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937)에 대해 부부별산제와 증여추정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고 그 간극을 메우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부부간 현금 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고 일반 입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부부 간 금전거래의 경우에는 증여라고 볼 수 있는 경험칙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칙으로 돌아가 증여라는 과세요건사실에 관해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강 교수는 입법을 통해 부부간 자금거래에 관한 증여추정을 배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부부간의 자금거래에 관해서는 차명예금에 대한 증여추정을 배제하는 입법개선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현실과의 괴리가 큰 부부별산제를 증여추정 과세에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부부재산공유제에 부합하는 소득세 및 상속·증여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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