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내놓은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정유사와 은행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3건(이성만·용혜인·양경숙의원안)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용혜인 의원안은 '초과 이득'에 대해 50%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물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초과이득에 대해 추가적인 과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떠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가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정부에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간주되는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된 세금이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이런 세금을 매기겠다는 나라는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연대기여금'이란 명목으로, 화석연료 부문의 EU 회원국 기업이 2022년·2023년에 벌어들이는 초과이윤에 대해 최소 33%의 세율로 부과할 예정이다. 영국은 '에너지 이익 부담금'을 매긴다. 석유, 가스회사의 이익에 기존보다 25%의 추가요율을 부과해서 영업이익에 대해 6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횡재세가 거론된데는 정유사들이 과도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국내정유사 4곳이 발표한 경영실적을 보면, 2022년 상반기 정유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이었다. 2021년 같은 기간(3조8995억원)과 비교해 무려 215.9%나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러한 초과이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한시적으로라도 횡재세 부과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면 필요 이상의 예대마진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가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논란이 따라붙는다. 현재 미국에선 횡재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횡재세 도입 논의에 대해 '미국 조세재단'은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을 구분할 수 있는 일관된 방법이 없는 관계로 횡재세는 조세왜곡을 발생시킬 것"이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입법처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입법처는 "명확한 과세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이 예년 동기 대비 일부 증가한 것을 가리켜 횡재세 부과대상이 되는 영업이익이라고 보고 일종의 초과이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인 한국의 법인세 규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처는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누진과세 체계를 가지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라며 "여기에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급입법이라는 위헌성 시비가 있을 수도 있다. 입법처는 "최근의 횡재세 논의 중 일부는 지난 영업실적에 대해서 초과이득에 대한 과세를 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과세연도에 대해 소급해서 과세하겠다는 것으로서 헌법 및 관련 세법 규정 등을 감안할 때 입법론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기 보다는 해당 업종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확대, 유통·거래 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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