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15%까지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제지원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러한 공제 확대가 삼성전자 등 해당 기업들의 투자를 증진시키는데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사진 연합뉴스)
대기업이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등)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최대 15%(현 8%)까지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겠다는 정부의 조세정책이 입법화되면, 메모리 반도체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6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말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미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오른 상태다. 투자 효과가 분석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적인 세제지원은 국회의 조세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에 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 포함)은 현 8%에서 15%로 상향 조정하는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시설투자금액의 6% 세액감면에서 8%로 올리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 감세안이 나온 것이다. 투자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까지 합하면 반도체 대기업이 받을 수 있는 공제율은 최대 25%다.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국가전략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방안(15% 세액공제 적용)'에 따른 감세효과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감면액은 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2021년 기계장치 취득액(31조5000억원) 규모를 유지한다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기존 세법만으로도 감면액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조건(2021년 기계장치 취득액 규모 유지·15% 세액감면)으로 SK하이닉스의 감면액 추정치는 1조1000억원이었다.
정부의 추가적인 세제지원 방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전자는 추가로 2조8000억원·SK하이닉스는 추가로 6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시설투자 감면액 15%에 더해 추가시설투자 감면액 10%까지 받는다면, 감면액은 삼성전자가 최대 7조9000억원, SK하이닉스는 최대 1조8000억원까지 불어난다.
분석을 진행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계장치 취득액을 시설투자 세액공제 대상 자산으로 간주해서 추산했다"며 "실제는 일부 비 기계장치 설비투자는 추가로 포함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외에 비 국가전략기술 투자 금액은 제외되어 다소간의 차이는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세금감면액 추정, 자료 나라살림연구소)
문제는 막대한 '세수감소'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거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다는데 있다. 작년 국회에서 시설투자 감면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여야의 합의안(案)은 여당(20%)·야당(10%)안보다는 감면 규모가 작다. 이는 '경쟁국과 세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여야가 수용해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대만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5%·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25%인데 비해, 한국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8%·R&D공제는 최대 50%까지 받는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이미 국회를 통과하고 제대로 적용조차 되지 않은 세액감면 범위확대를 추진하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 여력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추가 세금감면은 세수만 줄이고 투자 효과를 증진하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며 "실증평가를 통해 세액공제율 확대 시 정책 목적이 달성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세제지원 확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