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법인세를 깎아주더라도 기업 10곳 중 7곳은 투자·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보이는 도심 일대 주요 기업체 건물들.(사진 연합뉴스)
법인세율을 내리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깨울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다수 기업들의 투자계획에는 세율 변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양새다. 국내기업 10곳 중 3곳만이 '법인세 세율체계가 개편되면 내년도 투자와 고용을 늘릴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세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투자는 안 늘고 되려 세수만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소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가 담겨 있는데, 이를 두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낙수효과는 없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입법화(국회 통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22일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 개선방안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가 개선되면 내년 투자·고용계획을 수립할 때 올해보다 확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기업은 33.0%였다. 늘릴 의향이 없다는 20%였고, 잘 모르겠다는 47.0%로 절반에 달했다. 지난 9월 전문가 70명과 기업체 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투자계획은 기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만 이루어진 설문이었다.
조세연은 "법인세율 인하의 경제성장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 결과가 도출되었으나 긍정적 영향을 보고한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면서도 "반면 법인세율 인하와 경제성장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한 연구도 상존한다"고 했다.
◆…(자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문가·기업을 한데 묶은 조사에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찬성한다(67.7%)'는 응답이 압도적이다. 감세 혜택이 더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는 대기업만 떼어내서 보면, 찬성 비율은 무려 83.3%다. 찬성 이유로는 '기업의 투자 및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해(71.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중소기업의 찬반 비율은 각 51.4%, 48.6%로 팽팽했다. 이를 반영하듯,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이유로 '인하효과가 대기업에만 돌아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75.4%로 가장 높았다.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하다(43.6%)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22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10조1952억원)에 비해 대기업(20조6907억원)의 감세 규모가 더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총 257건에 달하는 세제개편안에 심사에 들어갔다. 법인세법 개정안(최고세율 인하 등)만 보면, 민주당에서 여전히 '대기업·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설득시키지 않고서는 법인세율 개정이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내놓은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 필요성' 자료를 통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및 세율체계 개선은 법인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실적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되어 보다 많은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차익이 개인과 국민연금에 귀속되면 가계의 자산형성과 노후소득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밝혔다. 또 "법인세의 경우 2024년 이후 감세효과가 본격 발생하는데, 기업의 투자·고용 확대 등을 통해 거시경제 및 세수 선순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낙수효과는 논쟁적 소재다. 조세연이 지난 6월 실시한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3%포인트의 세율인하는 중장기적으로 1.7~2%의 투자를 증가시켜 GDP를 0.3~0.9%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의 전제는 미래의 이전지출을 축소하는 것으로, 단기적으로는 불리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도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에 법인세율을 인하했을 때 기업이 고용 혹은 투자를 증가시키고 임금 혹은 배당을 늘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래서 박근혜 정부 시기에 같은 보수 정부임에도 기업의 소득은 늘었지만 사회로 환류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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