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17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놨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의원입법안 포함)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 구성이 합의된 지 하루 만이다. '거야(巨野) 공세'를 앞두고 현행 종부세제의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식의 여론전에 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자료는 세금 부담 수준이 높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징벌적이다, 위헌성이 있다'는 다소 수위 높은 단어까지 등장한다.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은 단일세율(중과 폐지)로 바꾸는 게 골자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0.6~3.0%인데, 2주택 이상(비조정지역은 3주택 이상)이면 1.2~6.0%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개정안은 과세 잣대를 주택 수가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입법화된다면 단일 누진세율(0.5~2.7%)로 바뀌게 되며, 이때 가장 혜택을 보는 게 다주택자다.
하지만 자료엔 정부안대로 종부세를 개편했을 때 '감세 규모는 어떤 계층(또는 지역)에 집중되는지, 지방정부 몫이 줄어 피해는 없는지' 정작 중요한 내용은 쏙 빠져있다. 부작용에 대한 언급 없이 필요성만 강조한 정부의 조세정책에 험로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세법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8일 산하 4개 소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연합뉴스)
에이포(A4) 용지 15~16장 분량으로 작성된 자료는 '다주택자 중과(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종부세가 도입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가액기준으로 세금을 매겼다. 그런데 2019년부터 3채 이상 주택 보유자(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에게 최고 6%인 중과세율을,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은 매년 5%포인트씩 올려 올해엔 100% 적용되도록 설계했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기재부는 "다주택자 중과 등으로 최근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실제 종부세 과세대상은 2017년 33만명에서 올해 120만명(고지 전망)으로 3배 뛰고, 세액도 같은 기간 4000억원에서 4조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 정부 들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100→60%)한데 따라, 당초 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 종부세는 절반 넘게 줄었다. 기재부는 "보유세와 거래세 등을 모두 포함한 우리나라 재산과세 부담은 전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라며 "주택가격 하락 시기에는 투기 억제를 위한 중과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①징벌적인 제도라고 표현했다. 주요 국가에선 주택 수에 따라 보유세를 차등 과세하지 않으며, 인별 합산 과세방식 외에 다주택자에게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이유에서다. ②납세자의 세금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심판청구를 제기한 건수는 2021년 284건에서 올해 9월 현재 3843건으로 13.5배나 늘었다. 자료엔 ③다수의 학자들은 현행 제도가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적혀있다. 위헌성엔 따옴표까지 쓰며 강조했다. 기재부는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제도는 저가 다주택자를 고가 1주택자보다 불합리하게 취급하므로 조세공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민간 연구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종부세를 인하하면서 종부세 인하에 따른 부동산교부세 감소에 대한 효과가 거의 논의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논의 없는 종부세 인하 논쟁은 조세제도의 근본을 망각한 행위"라고 했다.(사진 연합뉴스)
다주택 중과 폐지가 적절한지를 떠나, 정작 세수감소에 따른 피해 검증은 소홀했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종부세를 거둬 배분하는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정부의 중요한 재원인 만큼, 정부안대로 감세했을 때 자체재원이 부족한 지자체가 큰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교부세는 재정력이 열악하거나 사회복지 수요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되는 구조다.
민간 연구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교부세 감액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큰 지자체는 충북 증평군, 경북 영양군·군위군 순이었다. 이들 지자체는 부동산교부세가 각 59억원·74억원·7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자체재원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종부세 감세의 피해를 많이 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어떤 지자체에서 얼마나 부동산교부세가 감소되는지 그것이 수용 가능한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세수감소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논의 없는 종부세 인하 논쟁은 조세제도의 근본을 망각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중과 폐지 근거로 제시한 불복급증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조세심판원의 결정례(2021~2022년)를 보면, 종부세 관련 불복을 제기한 다수의 납세자들은 "세율이 과도하다·다주택자에게 불합리하다"고 과세처분 취소를 요구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법에 위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부 인용(납세자 승소) 판정을 받은 사건도 쟁점은 중과세율이 아닌 토지분(합산배제) 종부세였다.
국회 기재위는 오늘(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법개정안(정부·의원입법안)을 상정,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간다. 이후 개정 취지를 점검하기 위한 일독(一讀) 과정을 마친 후 잠정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내게 된다. 세법을 포함한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12월 2일)을 고려할 때,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큰 법안 심의에 집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종부세만 떼어내서 보면 입김이 센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부세 관련 세법개정안은 국회 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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