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에 따른 감세효과가 정부 전망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2023~2027년)간 60조원 규모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봤는데, 입법부의 싱크탱크인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정부 예측치보다 13조원 더 세수가 줄어든 '73조원 감세'를 전망했다. 이 같은 대규모 감세가 고소득자·대기업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만드는 '수직적 형평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예정처가 내놓은 '2022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5년간 73조6161억원의 국세 수입이 감소한다. 정부가 전망한 세수감소 규모(60조3083억원) 보다 13조3078억원이 크다.
세수감소 규모가 차이를 보인데는 세목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변화를 반영하느냐 안 하느냐 이 여부에 따라서였다. 예정처와 달리 정부는 이런 변동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인세율·과표 구간을 조정한 부분을 놓고 보면, 예정처는 세수입이 20조1000억원·정부는 17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2021년 신고기준 기업의 과세표준이 법인세수의 장기추세 증가율을 따라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며 "정부는 기업의 과표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했다. 소득세(과표구간 조정·근로소득세액공제 축소)를 보더라도 과표 구간별 납세 인원 변화를 반영했냐 안 했느냐에 따라, 두 기관 간 감세 규모는 3조원 차이를 보인다(예정처 반영·13조3000원, 정부 미반명·10조6000억원).
◆…(누적법 기준 2022년 정부 세법개정안의 세부담 귀착 효과, 자료 국회 예산정책처)
누적법(5년)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의 감세 규모는 2008년 이명박 정부(82조50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기업 감세'에 초점을 맞춘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과도 유사하다. 예정처의 전망에서 개인(25조9187억원)보다 법인(30조8859억원)의 세부담이 더 줄어든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른바 '부자 감세'다. 계층별 세부담 귀착 효과(예정처 추계)를 보면, 서민·중산층(11조7370억원)보다 고소득층(14조1817억원)의 세부담 감소가 크다. 법인을 보더라도 중소기업(10조1952억원)에 비해 대기업(20조6907억원)의 감세 규모다 크다. 예정처는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감세정책의 효과가 고소득층에 더 크게 나타남에 따라 수직적 형평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세입기반을 늘리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근본적인 세수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되레 대규모 감세만 추진하려다 보니,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세수감소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투자 확대에 기여해서 경제성장 기반 확충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세입 여건의 기상도는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예정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물가상승 등 대내외 경제 하방요인의 영향으로 국세수입 증가세가 둔화되고 세입기반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공신력이 큰 국제기구로 평가받는 IMF(2.0%)·OECD(2.2%)가 정부(2.5%)보다 낮게 설정하고 있다. 예정처는 이에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재정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 및 투자·고용 증대 등 정책효과의 실효성 여하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번 내렸던 세율은 다시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장기 세입기반이 훼손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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