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소송 가장 많아…국가 패소율은 5%
전체 세목으로 따지면 11% 납세자가 이겨
소송액 클수록 국가패소 높아…송무국 무용론도
국선세무사 구제도 후퇴…인용률 전년比 4%p↓
지난해 법정에서 '과세 적정성' 여부를 두고 다툼이 많았던 분야는 부동산 등 자산이었다. 납세자들이 국세청과 벌인 이른바 '세금전쟁'에서 납세자가 이긴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세목(稅目)으로 따지면 양도소득세인데, 국가 패소는 5%였다. 주택으로 한정하면 과세가 적절한지를 떠나, 주택 수와 소재지·보유 등 세법이 수시로 바뀐 탓에 납세자들이 세법해석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납세자가 제기한 행정소송 건수는 1430건이었다. 전년에 이월된 사건까지 포함했을 땐 3972건이다. 이 건수에서 1341건이 처리됐는데, 국가가 패소한 비율은 11.1%(149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가 일부 패소한 건수도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받은 세금이 억울하다'며 법원에 문을 두드리는 납세자는 많아지고 있다. 행정소송 제기된 건수(당년제기 기준)는 2019년 1634건에서 2020년 1395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 다시 1400건대를 넘겼다. 부동산, 주식 등에 관한 권리를 팔면서 생기는 이익을 과세대상으로 한 양도세를 놓고 벌인 다툼이 가장 많았다. 작년 한 해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318건이었다. 법정에서 처리된 사건(306건)에서 국가가 패소한 비율은 5%(16건)를 기록, 100번 중 5번만이 '부실과세'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국가 패소가 가장 많았던 세목은 법인세(37건)였다.
소송가액이 커질수록 국세청이 패소한 사례가 높아지는 부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송가액 '3억원 초과~10억원 미만' 사건에서 국가가 패소한 비율은 전체(149건)의 19.4%(29건)였다. 소송가액이 100억원을 넘긴 사건에서 진 경우도 11건이었다. 반면, 소액사건은 상대적으로 국가패소가 적었다(2000만원 미만 6건, 2000~5000만원 미난 7건). 국세청이 외부 법조 인력을 대거 수급해서 만든 '송무국'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2021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서 "2018년회계연도 결산 심사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액 조세소송의 패소율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으나, 그 후에도 확연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액소송 패소의 영향으로 금액 패소율은 23.5%(2021년)였다.
국선세무사(국선대리인)가 참여한 세금분쟁에서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선세무사는 소액·영세납세자들이 부과(또는 과세예고)된 세금에 불복해 국세청에 권리구제(심사청구, 이의신청,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신청할 때 무료로 도와주는 전문가 집단을 말한다. 2014년부터 국세청이 불복대리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2021년 현재, 국선세무사가 투입된 사건(306건)에서 인용 결정을 받은 비율은 17%(52건)였다. 최근 5년 기준으로 2017년(16.3%)을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다. 1년 전(2020년, 21%)과 비교하면 4%포인트 낮다. 국선세무사의 '지원 사격'이 신통치 않은 셈이다. '사전적 구제절차'인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에서 국선세무사의 인용률은 16.1%로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이 제도로 억울함을 풀어내려는 납세자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에 국선세무사를 신청(당년접수)한 건수는 2019년 189건에서 2020년 315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 290건으로 뚝 떨어졌다. 국세청이 국선세무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이 내린 과세 결정에 대해, 이 결정이 잘못됐다고 반발하는 비용까지 국세청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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