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에 대해 "종래 교부세 배분방식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국세를 지방세로 환원한다면, 그 실익은 크지 않고 지방재정 체계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사진 연합뉴스)
현재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종부세·재산세 통합)해야 할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사실상 '종부세 폐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지방과 국가가 유사 업무를 이중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낭비 요인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부(富)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과 다른 지방자치단체(주로 비수도권) 간 재정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는 만큼,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는데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입법부의 '싱크탱크'인 국회 입법조사처는 13일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논의의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종부세 폐지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된 것은 이것을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해야 한다는 과세체계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 다주택자 뿐만 아니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종부세 납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단 지적을 받았던 종부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방안'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부세 최고세율을 3.2% 중과하고,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종부세를 강화한 지 1년 3개월 만에 1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3%로, 3주택 이상·조정지역 2주택자 세율을 기존 0.6~3.2%에서 0.8~4%까지 끌어올렸다(2019년 12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020년 7월엔 ‘3주택 이상·조정지역 2주택’에 대해 세율을 1.2~6.0%로 매기는 대책도 내놨다.
이러한 조치로 종부세수는 급격히 불어났다. 최근 10년간 종부세 징수실적을 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진 1조원~1조5000억원 수준을 보이다가, 2017년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엔 6조1000억원까지 뛰었다. 6조원이란 수치는 전체 국세수입에서 1.8%를 차지한다.
"재산세와 통합 필요" vs "문제 있다"
보고서는 "징수한 종부세액은 전액이 부동산교부세로 시·군·구에 교부되고 있어 지방세 전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고 했다. 종부세를 재산세로 합쳐야 하는 이유로 '재원배분 약화'가 거론된다. '국세인 종부세가 지방세로 전환되면 통계적으로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증가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불필요하게 행정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종부세가 지방세로 전환된데 따라 과세기반이 정비되면서 과세형평성을 세울 수 있고, 지방(재산세)과 국가(종부세)가 유사 업무를 이중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낭비 요인도 제거할 수 있다.
재산세로 통합을 반대하는 측에선 지자체 간 세입 격차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고서는 "종부세는 본래 전액 지방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었으므로, 다른 세부담 경감조치가 없다면 실질 지자체에 귀속되는 금액은 종전과 동일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시·군·구세인 재산세의 본래 성격을 유지하면서 통합한다면 각 기초 지자체 간 재정력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방재정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한 이후에도 원래 부동산교부세의 배분방식을 유지했을 때, 현재 지방재정 조정제도의 복잡성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원배분 관련한 손질 없이 종부세제 개편을 서둘러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보고서는 "종부세수 배분방식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국세를 지방세로 환원해 재산세와 다시 통합하는 방안은 그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지방재정 체계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부동산 보유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면서 최근 3~4년간 강화된 종부세 세율이나 과세기준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절충하는 방안을 모색해, 납세자의 담세력에 부합하는 적정 부담의 보유세 부과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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