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조세일보가 주최한 '기업경쟁력 강화·납세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임민원 기자)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려면 조세 환경을 경쟁력 있게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은 숱하게 들었던 목소리다. 외국 사례를 보듯이 기업 소재지로서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낮은 법인세율'은 필수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법인세제가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출범을 앞둔 새 정부가 '친기업' 행보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26일 조세일보가 주최한 '기업경쟁력 강화·납세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의 본사를 우리나라로 유치하면 좋겠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해외로 옮기지 않도록 불리한 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세경쟁력 없다' 한국 법인세제 어떻길래
한국이 투자매력도가 낮은데는 높은 법인세 부담과 열악한 규제환경이 거론된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발제문에 따르면 2020년 현재 한국의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1%보다 높으며, 이는 5위 수준이다.
한국은 2008~2010년 법인세율을 내린 이후, 2013년에 중간 과세표준 구간이 만들어졌다. 3단계 누진세율 구조를 유지하다가, 2017년 최고세율이 3%포인트 인상(22→25%)되면서 현재의 4단계 구조다(과표구간별로 10·20·22·25%).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1년 24.20%에서 2021년 27.50%까지 뛴 상태다. 반면,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유지되면서 평균 세율은 내려가고 있다. 임동원 연구위원은 "2011년 대비 OECD 국가 중 법인세율을 인하한 국가는 20개국이고, 인상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국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변국의 법인세율(싱가폴 17%, 대만 20%, 일본 23.2%)도 한국보다 낮다는 점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특히 투자처로서의 매력도 떨어진 모양새다. 한국의 조세경쟁력지수 중 법인과세 분야는 2020년 현재 33위를 기록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상된 이후 2018년(28위)부터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법인과세 평가항목 중 '세율'도 2017년 18위에서 2018년 25위, 2020년 28위로 크게 하락했다.
R&D 투자때 정부지원 찔끔…'해외소득 과세제' 국내투자에 발목
한국의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경쟁국과 비교해 뒤쳐져 있는 '정부의 세제지원'을 꼽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공제는 줄이고 있기 때문에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2000~2019년까지 민간기업의 R&D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을 5년 단위로 비교해본 결과, 2000년대초(2000~2004년) 연평균 14.9%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5년(2015~2019년)엔 연평균 7.5%로 절반까지 떨어졌다.
현재 기업 R&D 투자의 61.4% 가량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정도는 경쟁국 평균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대기업이 세액공제·감면 등 R&D 투자에 대해 정부로부터 받은 총 지원액은 R&D 투자액의 2%에 불과했다. 하지만 G5 국가(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대기업은 R&D 투자액의 평균 19%에 달한다.
임 연구위원은 "G5 국가는 R&D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고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등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R&D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말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신설했지만, 대상 투자지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기업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낮춘 것은 제한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해외소득 과세제도를 두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은 해외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을 공제해주는 과세방식(거주지주의)을 채택한 반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해외소득 중 사업·배당소득을 면제해주고 있다(원천지주의). 임 연구위원은 "현행 우리나라 해외소득 과세제도 하에서는 거주지주의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고,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의 과도한 현지유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은 사업소득·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지주의(경영참여소득면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조치로 OECD 국가 중 전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거주지주의)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아일랜드 등 5개국으로 줄었다
"법인세율 20%로 내리고…대기업 R&D 세제지원 확대해야"
임 연구위원은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국제적 추세에 맞게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선방안으론 '과표 200억원 초과'에 대해 22~25%로 적용하는 세율을 20%로 내리고 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2억원 이하 10%, 2억원~200억원 초과 18%, 200억원 초과 구간에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임 연구위원은 "현행 법인세율은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현재 상황과 국제적인 법인세 인하 흐름에 부합하지 않으며, 기업활동·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어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법인세를 인하했던 미국의 세제개혁 사례를 들며 "경제성장을 견인해서 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률도 5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끌어내렸고 중산층의 임금상승 견인 등 법인세 인하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평가된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R&D 관련해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에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주요국보다 낮은 세제지원을 받고 있는 일반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확대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네거티브 방식 도입). 또 "특정 기술(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해서는 높은 세액공제율(최대 40%)이 적용되지만, 기술의 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 시대에서 이 같은 포지티브 시스템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해외자회사배당 과세면제'를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국외소득 면제방식을 병행해서 채택하고 있는 상태다.
임 연구위원은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원천지주의 과세방식은 해외유보소득의 봉쇄효과를 해소해서 국내로 자급 유입을 유인하고, 본사 소재지로서 추가적인 세부담이 없어짐에 따라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한 국제조세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원천지주의로 과세를 전환(2017년)한 이후, 미국의 해외유보현금 중 약 77%가 국내로 송환됐다고 한다. 일본 소유의 외국자회사는 유효세율이 1.2~3.5%포인트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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