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그룹 범위, 실효세율 정의 제시 등
필라1, 내년 상반기 중 모델규정 발표 계획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는 디지털세 필라2 글로벌 최저한세 모델규정을 20일 대외에 공개했다. 최저한세 규칙과 불일치하게 입법화된다면, 해당 국가는 이 규칙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국가에게 과세권이 넘어가게 된다.
국가 간 무분별한 조세 경쟁을 방지하고 다국적기업의 다양한 조세회피 시도를 차단할 수 있는 '글로벌 최저한세' 과세체계가 명확해졌다. 141개국이 참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디지털세 필라2 글로벌 최저한세 모델규정을 20일 공개했다. 과세대상이 되는 다국적기업의 그룹 범위라든지, 과세조항·실효세율 등을 정의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적지 않게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은 해외법인 관리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 잠재적인 과세위험 최소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10월 IF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5%로, 적용대상은 연결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기업 등으로 정하는 제도 골격을 만든 바 있다. 특정 국가가 다국적기업의 자회사에 15%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할 경우 해당 기업의 최종 모회사의 소재지인 국가가 미달 세액에 대한 세금을 걷도록 하는 것이다. 과세제 시행은 2023년부터다.
각국은 이번에 발표된 모델규정과 일치하도록 필라2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입법화해야하며, 만약 불일치하게 입법했을 땐 해당 국가는 최저한세 규칙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면서 다른 국가가 대신 과세권을 행사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각국은 반드시 필라2를 도입해야하는 것은 아니나, 도입할 경우에는 IF에서 합의된 방식을 준수해야 하며, 다른 국가가 최저한세 규칙을 적용하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최저한세 규칙, 어떤 내용 담고 있나
모델규정은 서문 및 10개장, 49개 조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범위(제1장), 과세조항(2장), 실효세율·추가세액 계산(3·4·5장), 특별규정 및 경과규정(6·7·9장), 행정(8장), 정의(10장)으로 전개되는 구조다.
범위 = 우선 직전 4개 회계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재무제표 상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 그룹이 최저한세 규칙을 적용받는 범위에 들어간다. 다국적기업 그룹은 최종모기업의 관할국이 아닌 다른 관할국에 소재하는 기업 또는 고정사업장을 포함한 그룹을 말한다(MNE 그룹). 정부기관, 국제기구, 비영리기구, 연금펀드, 최종모기업인 투자펀드·부동산투자기구는 최저한세 규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과세조항 = 특정 관할국에서의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율에 미달했다면, 그 미달세액을 부과하는 방법인 '소득산입 규칙' 및 '비용공제부인규칙'의 작동 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소득산입규칙에 따라 모기업은 저율과세 구성기업의 추가세액 중 소득산입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기업 관할국에 납부하게 된다. 소득산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추가세액에 대해선 다른 구성기업들의 관할국으로 과세권이 넘어간다.
실효세율·추가세액 = 관할국 별 실효세율 계산을 위한 조정된 대상조세 및 최저한세 규칙상 이익·손실 규정을 정의하고 있다. 조정된 대상조세는 각 구성기업의 회계상 순이익·손실에 반영된 당기법인세비용 중 대상조세 관련 금액에 일정한 조정을 거쳐 계산된다. 실효세율은 해당 관할국의 '순 글로브(globe) 이익'과(분모), 관할국 내 각 구성기업들의 '조정된 대상조세'를 합산한 값으로(분자) 관할국 별 실효세율을 계산해서 국가별로 통산하는 구조다. 최저한세 규칙에선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율(15%) 미만일 경우엔 다국적기업 그룹이 부담해야할 미달분, 즉 추가세액을 결정하는 방법도 규정하고 있다.
특별규정 및 경과규정 = 합병·인수 등 사업구조개편 처리 및 공동기업·투자펀드 등 처리 방법도 규정했다. 또 최저한세 규칙을 처음 적용받는 기업 및 최초 시행연도(2023년) 등과 관련한 각종 경과규정도 만들었다.
행정 = 신고, 세이프하버(일정조건 만족 시 추가세액 0) 등 최저한세 규칙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조세행정 상 규칙도 제시하고 있다. 신고는 개별 구성기업이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나, 최종모기업 또는 그룹이 지정한 구성기업이 대신해서 신고할 수 있다.
내년 세법개정에 반영…한국기업도 상당수 타깃될 듯
기재부는 "IF 차원에서 합의한 시행 일정에 따라 내년 중 국내 입법 등 필요한 제도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국제조세, 법인세 및 기업회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법제화 연구용역을 내년 상반기에 진행하고, 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세법개정안에 최저한세 규칙을 반영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또 OECD가 작업하고 있는 세부지침(신고서식 등)에 대한 기업들의 이행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연결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 그룹은 업종에 상관없이 모두 필라2 적용대상이므로, 상당수의 한국기업들이 필라2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결매출액 1조원이 넘는 기업은 국가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2019년 현재 최종모기업 기준으로 245곳이었다. 기재부는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율 이상인 기업이라도 관할국 별도 관련 자료 제출이 필요하기 때문에서다.
디지털세 필라1(과세권 재배분) 시행을 위한 기술적 세부 쟁점 논의가 OECD 중심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모델규정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OECD 등 국제논의 진행 속도에 맞추어 필요한 국내 절차를 준비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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