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이 27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열린 반칙·특권 탈세혐의자 30명 세무조사 착수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국세청)

#. A사를 창업한 甲씨와 그 형제들은 비(非)가족 임원들에 비해 수 배 격차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급여 책정엔 경영 성과는 고려되지 않았다. 특히 甲씨의 경우엔 퇴직 직전에 대폭 오른 급여를 바탕으로 다른 공동대표와는 다르게 적지 않은 퇴직금을 받았다. 사주일가가 기업이윤을 독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모 그룹이 가족끼리 회사의 부(富)를 나눠먹기 한 사례는 또 있었다. A사는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B사에 인력·기술을 지원하고 받아야 할 억(億) 단위의 경영지원료를 과소 취소했다. 간접적으로 사주 자녀에게 이익을 몰아준 것이다. 국세청은 세금 없이 거액의 부를 대물림한 것으로 판한다고 세무검증에 들어간 상태다.

국세청은 이 같은 사례처럼 근로자·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이익을 사주일가가 독식하거나, 이른바 '부모찬스'를 통해 사주자녀에게 거액의 부를 대물림하는 등 불공정 탈세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 국세청)

국세청이 오너일가에 대한 칼날 검증에 착수한데는 최근 기업이익을 독식하는 경향이 늘어나서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가족임원 보수는 14억2000만원인 반면, 비가족임원은 9억3000억원으로 1.5배 격차를 보였다. 2016년(보수격차 1.2배)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국세청은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의 사주는 방만 경영르 일삼으며 '이익은 사유화하고 책임은 사회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들의 총 재산은 2019년 기준 약 9조4000억원으로, 평균 3127억원(일가 합계)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주의 1인당 급여는 약 13억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3744만원)에 비해 35배 많았다.

국세청이 밝힌 세무검증 대상자를 보면, 주력 계열사인 B사는 장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여온 기업 상표권(CI)을 사주일가가 100% 지배하는 C사로 무상으로 이전하고, 이후에도 광고선전비로 수억원을 지출했다. A사는 이전받은 기업 상표권의 일부를 변경 출원했으나, 상표권 개발비용·광고비 지출로 쓴 돈은 미미했다. 상표권의 가치형성에 대한 실질적 기여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C사는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그 사용료에 버금가는 금액을 사주일가에게 배당으로 지급했다. C사와 같은 혐의로 15명이 세무검증대에 오른 상태다.

판례에선 동종 업계, 타(他) 임직원과의 수준 비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해서 부당 급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공개회사의 특정임원(5명, CEO·CFO·상위 급여 3명)의 보수 중 100만 달러 초과부분은 일률적으로 손금불산입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가치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의 토지를 시가의 절반 수준으로 자녀(자녀 지배회사)에게 저가 양도하는 등 혐의로 11명도 검증을 받고 있다.

사주들은 자녀가 지배하는 회사에 개발예정 부지·사업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또는 무상)으로 이전한 후 타 계열사를 동원해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방법으로 부동산 개발이익을 편법 증여한 케이스다. 부동산 보유회사 주식을 증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회사에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을 헐값에 양도해서 양도소득세·증여세를 탈루하기도 했다.

기업자금을 유용해서 호화사치를 누린 사례도 있었다. D사의 핵심 임원은 배우자를 통해 위장업체 E사를 세우고, D사가 E사에게 수십억원을 대여하도록 지시했다. E사는 얼마되지 않아 결손이 누적되고 청산했다. D사는 E사의 결손을 이유로 아무런 회수노력도 없이 대여금을 대손 처리하고 자금 회수를 포기했다. 이를 통해 D사의 임원, 그 배우자는 강남 소재 고급아파트와 최고급 스포츠카를 취득했다. 이들처럼 기업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자 4명에 대해서도 검증에 들어갔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 편법과 특혜를 통한 부의 대물림과 같은 반칙·특권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라며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