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국세청 등)으로부터 부과받은 세금이 억울하다고 판단했을 때 적지 않는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청구대리인의 유무에 따라 인용률(납세자 승소)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납세자들은 논리싸움에서 크게 밀리다 보니, 조세불복 과정에서 번번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납세자가 '국선세무사(국선심판청구대리인)'를 지원받는 분쟁에서도 지는 경우가 많아져 제도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조세심판원이 최근 발표한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세 기준 조세심판청구 처리대상 건수는 1만687건으로, 이 중 8612건(80.6%)이 처리됐다. 납세자 승소를 의미하는 인용률은 31.4%였는데, 대리인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인용률 격차는 컸다.

실제 대리인을 선임한 심판청구 사건은 6129건(처리 기준)으로, 이 중 1837건(34.3%)에 대해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사건은 2438건이었는데, 납세자가 이긴 경우는 10번에 2번(24.3%)에 불과했다. 작년엔 대리인 유무별 인용률은 각각 26.4%, 27.8%로 되려 격차가 뒤집어졌다. 

대리인 유무에 따른 심판청구 인용률은 관세, 지방세 사건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관세 사건은 대리인이 있었을 땐 43.1%의 인용률을 기록했는데,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경우엔 20%까지 뚝 떨어졌다. 지방세 사건은 대리인이 없었을 땐 인용률이 고작 10.2%였다. 대리인을 선임한 경우엔 47.2%로, 인용률 격차는 가장 컸다.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영세납세자들에게 지원사격도 해준다. 국선심판청구대리인제도다. 다툼의 대상이 되는 청구 세금 액수가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신청자격(연간 종합소득금액 5000만원 이하·소유 재산가액 5억원 이하)을 얻는다. 그러나 세금 분쟁에서의 인용률이 낮아지고 있어, 지원 사격이 신통하지 않은 모양새다.

작년 기준 국선심판청구대리인이 지원된 사건은 16건(처리 기준)이었는데, 재조사 사건을 포함한 인용률은 33.3%(인용 2건, 재조사 3건)였다. 이른바 국선세무사가 지원 사격한 사건의 수에선 차이가 있으나, 1년 전(38.1%)보다 인용률은 4.8%포인트 떨어졌다. 재조사 사건을 제외했을 땐 인용률은 10%대(16.7%)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