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한밭대 교수가 13일 오후 웹 세미나 형식으로 열린 한국조세정책학회 정책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 교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려면 기타소득 과세 방식보다 양도소득 과세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줌 영상 캡쳐)

내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이른바 가상화폐(암호화폐)를 통해 250만원 넘는 소득이 발생할 경우 차익의 20%(지방세 포함 22%)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에 세금을 매기려면 정부가 정한 방법(기타소득 과세)보다 양도소득 과세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2시부터 웹 세미나 방식으로 열린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제17차 정책 세미나에서 이동건 한밭대 교수(이하 이 교수)는 '비트코인, 이제 시작인가 끝인가'라는 제목의 발제 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암호화폐 과세 문제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측을 상대로 800억원에 달하는 세금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이슈화됐다.

국세청은 외국인이용자가 빗썸을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한 뒤 출금한 원화예수금(3300억원)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판단했다. 기타소득은 복권당첨소득 등 일시·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 부과되는 세금이다.

빗썸이 비거주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세금 추징 사유였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점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뒤 늦은 세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에서 벌어들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세우고 주식거래 등에 붙는 세금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정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내년 1월부터 기타소득세 20%(지방세 포함 22%)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암호화폐 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기타소득 과세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가상화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22%(지방세 포함)를 기타소득세로 매기는 방식이며 과세기간 내 손익통산은 허용하지만, 손실이 났을 경우 이월공제는 적용하지 않는다.

연간 벌어들인 손익을 통산한 양도대가(시가)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뺀 비용이 과세표준이 되는데, 기본공제를 250만원으로 설정했다. 정부는 취득가액 산정에 혼란을 방지코자 2021년 12월 31일 기준의 시가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가령, 비트코인을 통해 1억 원을 벌었다고 가정했을 때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기본공제(250만원)를 제한 과세표준 9750만원에 22%의 세율을 곱하면 2145만원의 기타소득세가 계산되는 구조다.

반면,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소득 과세방식으로 적용할 경우 기본공제(5000만원)가 적용되어 1100만원의 세금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주식 투자 과세와 또 다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도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해외 사례처럼 양도소득세나 투자소득 과세 방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또는 재고자산)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 상 상표권 등 무형자산은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비트코인과 상표권은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상표권을 등록하면 법적으로 보호받고 가격이 안정된다는 특징을 보이는 반면, 비트코인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급변하는 특성이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이제 시작인가 끝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제17차 조세정책학회 웹 세미나에서 김갑순 동국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줌 영상 캡쳐)

이 교수는 이날 발제 문을 통해 가상자상이 무형자산보다 금융자산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통화가 무형자산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것 하나 뿐"이라며 "계약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 큰 가격변동 폭이 형성되며, 주식과 같이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언제든지 시장에서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한 자산이므로 특수한 형태의 신종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도 금융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해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 측면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회계기준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자산의 정의를 변경하거나 신종자산으로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교수가 주장한 암호화폐 과세 방식은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소득 형태로 과세하는 것이 핵심. 회계 상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반드시 기타소득으로 과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과세당국이 납세자에게 가상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지만 산업 및 가상자산이 가진 특징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상자산의 발전 속도를 감안해 향후의 가이드라인은 규범적인 것 보다는 원칙중심으로 가야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거래가 국제화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어 과세당국간의 긴밀한 협조도 수반되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발제에 이어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가 사회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토론에는 김갑순 동국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김동환 기자(코인데스크 전문기자), 김병일 현 조세법학회 회장(강남대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구체적으로 ▲비트코인 관련 법규검토(특금법·K-IFRS·소득세법) ▲비트 코인 과세문제(해외사례 및 우리나라의 과세) ▲비트코인이 향후 어떻게 진화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까지 폭 넓은 주제가 논의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양도소득 방식으로 세금부과를 해야 한다는 이 교수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과세방향에 대해선 접근 방식을 달리하기도 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가상자산 유통시장에서도 정부의 규제 공백으로 인해 시세조작 등 시장교란행위로부터 투자자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가상자산시장에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개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 조세정책의 방향을 매수매도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과세 인프라와 시장관리감독 및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출 때까지 목적세 성격의 거래세를 도입해 관련 인프라와 제도 구축의 재원으로 사용해야한다"며 "이를 통해 투자자의 급격한 해외이탈을 막고, 목적이 달성된 이후 국제적 정합성을 고려해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가상자산과 거래소를 정부가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조세정책 운용의 방향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의 실현에만 국한하지 말고 가상자산 관련 산업의 제도화와 거래소 이용자 보호 강화에 보다 큰 비중을 두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