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지방국세청 관내 행정소송 수행을 총괄·지휘하는 송무(訟務)국장직을 민간 인사가 아닌 내부(국세청)에서 맡는다. 이로써 2015년부터 시작된 조세법률 전문가(변호사)와의 6여년 동행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그간 중요·고액 소송에서 적법한 과세처분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역량을 높이고자 변호사를 영입한 것인데, 내부에서 맡기로 방침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국세청사, 사진 연합뉴스)

2014년 11월 서울국세청 징세법무국을 송무국으로 바꾸는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송무국은 대형로펌 등과의 소송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징세법무국에서 담당했던 징세(세금징수) 관리 기능은 징세관실로 떼어냈다. 당시 임환수 국세청장이 취임(2014년 8월) 이후에 "소송 대응도 제2의 세무조사"라며 승소율을 높일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국세청의 조세소송 패소율은 도마 위에 올랐다. 고액 조세소송 사건에서 대형로펌에 밀려 패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주된 목소리였다. 2013년 기준으로 고액 조세불복이 집중된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세 불복소송 패소액은 6179억원으로, 국세청 전체 패소금액의 86%에 달했다.

국세수입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2014년 국세수입, 10조9000억원 결손)에서 나름대로 발품을 팔아가며 공을 들여 추징한 세무조사에서의 패소는 뼈 아플 것이다. 자체 원인분석 결과, 세무조사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대형로펌과의 논리싸움에서 졌다는 자성론이 나올 법하고 따라서 대형로펌과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 외부의 소송 전문가에게 송무국 지휘를 맡겨 보자는 의견이 나왔을 것이다. 

이듬해 초대 송무국장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최진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당시 국세청은 "소송 대응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3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유사 경력을 보유한 김용찬 변호사(현 서울국세청 송무국장)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조세법률 전문가와의 동행이 끝났음을 알렸다. 그해 10월 공개된 국세청 직제 개정안에 서울국세청 송무국장을 개방형 직위에서 제외(주류면허지원센터장,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 개방직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치로 김 변호사는 이달 말을 끝으로 임기를 마칠 예정이며, 후임으로는 국세청 내부 국장급 인사가 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 후보로는 윤영석 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장(현 본부대기)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국세청은 국세청 전체 소송건수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고액 조세불복에서 국세청이 납세자의 논리에 밀려 져버리면 그만큼 국고손실로 이어지는 부분도 크다. 이 때문에 소송 수행을 총괄·지휘하는 송무국장직 인사를 기존 관행에서 바꾼 조치는 국세청 안팎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사실 송무국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국세청 소속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액 조세소송사건에 있어선 대형 로펌을 앞세운 원고의 공격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하게 했다.

송무국 발족 이후엔 서면 작성이 체계적이고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소송을 담당할 분야에 50여명의 전문 인력을 영입, 서울청에만 40여명이 포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송무조직 안정화'로 꼽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초기에는 송무 분야 전문성을 키우고자 민간 전문가를 영입했다면, 이제는 조직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고액 소송에서 맥을 못 추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섣부른 낙관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현재 100억원이 넘는 고액 소송의 패소율은 41.0%로, 소액(2000만원 미만, 3.7%)에 비해 무려 11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이 기간 국세청의 전체 패소율은 11.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