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사진 국세청)

국세청이 탈세제보를 받고도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방치한 건수가 100여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세제보를 방치한 결과,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할 탈세범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감사원이 공개한 '탈세제보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세청(본청)은 탈세제보자료 관리지침에 따라 과세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탈세혐의 자료를 지방국세청과 세무서에 누적관리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

감사원은 지방국세청과 세무서에서 2015~2018년 동안 접수한 탈세제보 중 신고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이유로 누적관리자료로 분류했으면서도, 1년 이상 과세활용자료로 활용하지 않은 193건을 점검했다.

그 결과, 98건은 신고기한이 도래했음에도 방치되고 있었으며 이 중 10건은 무신고·과소신고 혐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 조사대상이나 서면확인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세무서는 지난 2016년 7월29일 A씨와 B씨가 부동산 실거래가를 낮춰 양도소득세를 과소신고했다는 탈세제보를 접수했지만 담당자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2020년 5월까지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이를 재검토한 결과, A씨는 3억1000만원, B씨는 4억원의 탈루혐의가 적발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동대문세무서로부터 지난 2016년 6월 C주식회사에 대한 탈세제보를 이송받아 과세활용자료로 분류한 후 2017년 6월 비정기 법인통합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제는 탈세제보 내용이 2012년 1기 거짓세금계산서 287억원을 수수한 혐의였는데 부과제척기간이 5년인 것을 감안하면 탈세제보를 받았던 2016년 6월 당시 기준으로 1년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2017년 6월에 조사대상으로 선정했고 결국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부가가치세와 가산세 등 22억8400만원을 추징하지 못했다.

안산세무서 사례도 서울지방국세청과 비슷한 경우다. 안산세무서는 2018년 2월 탈세제보를 이송받았지만 안산세무서 D팀장은 자신의 인사이동이 예정되어 있는 것을 핑계로 제보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제보에는 혐의금액이 5억원 이상인 가공(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으로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했으므로 조기에 처리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세범 처벌법에 따르면 1과세기간에 가공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수취한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범칙조사 대상이지만 D팀장이 지지부진하게 일처리를 하지 않은 사이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처벌하지 못하게 됐다.

차명계좌 신고제보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례도 나왔다.

감사원이 2017~2019년까지 차명계좌 신고를 받아 매출거래 등을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불성실 가산세가 부과되지 않은 527건에 대해 점검한 결과, 362건이 가산세 부과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과하지 못한 가산세만 4억6800만원이었다.

362건 중 220건은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해 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놓친 가산세만 1억6700만원이다.

일례로 종로세무서는 F씨가 2014~2018년 동안 17억2800만원의 매출거래를 차명계좌로 거래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다른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불성실 가산세 345만원을 부과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탈세제보 관리 및 처리분야에서 10건, 탈세제보포상금 산정 및 지급분야에서 3건 등 총 13건의 문제를 지적했으며 이 중 7건은 주의, 6건은 통보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