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주주 할증과세 20%를 합산할 경우,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율이 50%가 넘으면 '징벌적'이라 부르는데, '징벌적 과세'는 부동산투기,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 등 '반사회적 행위'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상속은 반사회적 행위인가? 상속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용되는 민법(民法)상 행위이며, 세법 조문 어디를 살펴봐도 반사회적이라는 근거가 없다. 따라서 50%가 넘는 상속세율은 '위헌적'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경제학자들은 물론, 대다수 정치인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그 이유는 '국민 정서 탓'이다. 하지만 소득재분배의 대표적인 세목인 소득세조차도 최고세율이 40% 대인 점과 비교하면 '국민정서론'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기업 상속의 경우, 부동산 상속과는 결이 다르다. 기업 상속의 경우, '가업(家業)상속'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가치'와 '일자리'를 승계하는 행위임에도 부동산 상속에 비해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는 폐지하고 대기업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는 유지하는 것 역시 세법상 논리에 맞지 않다. 

말 많고 탈 많은 상속세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캐캐묵은 상속세 개선방안을 다시 진단해 본다. <편집자 註>

한국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상속세령'을 시행해 오다가, 1950년 상속세법이 재정되었다. 당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은 15단계 구간에 최고세율은 90%(최저 20%)였다. 사실상 국가가 재산을 몰수한 수준이다.

이후 상속세법이 전면개편(1996년)되기 이전까진 세율은 꾸준히 내려갔다.

1952년 물가변동 등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세율은 10~75%로 낮아졌다. 특히 1967년엔 5~70%로 내려갔는데, 국세청의 세원파악 기술이 부족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서 '신고납부세액 공제제도'도 만들어졌다. 1993년 최고세율은 50%까지 떨어졌고, 이때 세대를 건너뛴 상속에 대한 '할증과세' 체계가 만들어졌다. 최대주주나 최대출자자, 특수관계인의 비상장사 상속지분을 평가할 때 과세 기준이 되는 평가액에 10% 할증한다는 것이었다.

1996년 이후엔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둔 채 '핀셋 손질'만 이루어졌다. 1999년 최고세율(50%)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높였다. 당시 정해진 최고세율과 과표구간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할증세율은 변화가 있었다. 2000년부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이 50% 이하일 땐 20%를, 50% 초과하면 30%를 할증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라 2003년엔 중소기업의 할증률을 절반(20%→10%, 30%→15%)으로 조정했고,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정부는 지분률에 따른 차등적용을 없애고, 일반기업은 20% 중소기업은 0%(할증평가 대상에서 제외)의 할증률이 일괄 적용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상속세 부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다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2세들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한다는 얘기들도 있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죽겠다는 기업들의 외침에도 '메아리'는 없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상속세가 부과된 인원은 8002명으로 총 피상속인(35만6109명)의 2.25%만 상속세가 부과됐다. 나머지 97%는 각종 공제 혜택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반적으로 상속받은 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으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30억원). 이렇듯 국민 중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일이다보니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속세 문제를 남의 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상속세 재원마련 애로→ 기업지분 매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상속세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낮다. 상속세(결정세액)는 2018년 기준 약 2조5200억원으로, 국세수입(2018년 293조6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안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인하'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6라인 기공식 때 이건희 회장 모습.(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5일 별세할 당시, 재계 안팎에선 고인이 살아생전 축적한 막대한 재산 상속 향방에 관심이 컸다. 표면적으로 나타나 있는 상속재산을 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으로 한정하더라도 최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에서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 SDS 등) 평가액은 그 당시 종가 기준(10월26일)으로 18조4508억원이었다. 이 회장은 이들 계열사의 최대주주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기에, 상속세는 주식 평가액에 20%를 '할증'한 뒤 50% 세율을 곱한 후 계산된다. 

상속으로 인해 재산을 취득한 상속인은 사망일(상속개시일)이 속하는 월말로부터 6개월 이내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주식으로 한정해서 기한 내(내년 4월30일) 신고했을 경우, 3%의 신고세액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납부세액은 약 10조7000여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실 상속세는 고인이 생전에 소득세를 됐던 소득이 모여 또다시 과표가 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논란을 안고 있다. 삼성가의 천문학적인 상속세 논란이 더해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재계를 비롯해, 일반 국민들까지 상속세 감면 청원에 나선 것이다.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6월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고율 상속세가 납세자의 탈법을 조장하고 저축과 투자,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상속세율 인하를 권고한 바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고 있다.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보단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추세다. 아예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들도 있다. 

각국의 상속과세 체계는 그 명칭은 유사하나 구체적인 내용은 나라별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산 총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최고 세율로 단순 비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다음 네 번째다. 벨기에(80%→30%), 프랑스(60%→45%) 등이 가족에게 상속할 때는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명목상 최고 세율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특히, 기업(대주주 주식)상속의 경우, 20%의 할증과세가 적용되면 사실상 60%의 세율이 적용돼 상속세부담율이 OECD 최고수준이다.  

반면 OECD 36개 회원국 중 캐나다 호주 등 13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년)를 시작으로 스웨덴(2005년), 러시아(2006년), 오스트리아(2008년), 체코(2014년) 등이 잇따라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상속세 골격은 유지하면서 세율을 크게 내려 4~10% 저세율 기조로 전환했다. 덴마크 등은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재산은 액수에 상관없이 아예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역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속세 부담 완충장치인 '자진신고 공제 한도'를 줄여서다. 2016년까진 상속세를 기간 내에 신고하면 세액의 10%를 깎아주던 것에서 3%만 빼주는 것으로 혜택을 축소시켰다.

상속세법(1950년 제정·공포)이 만들어진지 70년이 지난 지금, 납세환경은 몰라보게 변했지만 과세체계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다.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나, 과세체계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어느 정도 조성된 분위기다.

정부 스스로 반(反)기업 정서를 떨쳐 가업상속공제(사후관리요건 등), 최대주주 할증(중소기업 제외 등)을 완화한 세법개정만 봐도 그렇다. 100년 이어갈 조세 로드맵 수립이 목표였던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부의 대물림 문제에 대한 적정과세를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 체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권고(지난해 2월)한 바 있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경영의욕'을 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기회에 상속세 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적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