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혈세를 거둬들이는 국세청이 이를 아껴쓰지는 못할 망정 청사를 임차하는데 과도한 웃돈을 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세종시에 위치한 국세청(본청)과 7개 지방국세청, 전국 125개 세무서 중에서 17개 기관의 청사를 임차하고 있었다.

국세청이 청사를 자체적으로 건립하지 않고 청사를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인천지방국세청 ▲중랑세무서 ▲강동세무서 ▲기흥세무서 ▲경기광주세무서 ▲화성세무서 ▲동고양세무서 ▲포천세무서 ▲서인천세무서 ▲연수세무서 ▲세종세무서 ▲아산세무서 ▲북대전세무서 ▲광산세무서 ▲수성세무서 ▲양산세무서 ▲해운대세무서 등 17개 기관이다.

17개 기관 중 월 임차료가 가장 높은 곳은 수성세무서로 전용면적 2163㎡(4개층)의 월 임차료로 1억5078만원을 지불하고 있었다. 다음은 인천지방국세청으로 전용면적 7289㎡(12개층)의 월 임차료로 1억2964만원을 지불했고 강동세무서는 전용면적 3539㎡(6개층)의 월 임차료로 1억542만원을 지출했다.

중랑세무서는 전용면적 2872㎡(7개층)을 임차해 월 9460만원을 지불했고, 해운대세무서는 전용면적 2960㎡(3개층)을 임차해 월 9130만원을 지출했다. 광산세무서는 전용면적 3243㎡(9개층) 등 총 두 곳을 임차해 월 8140만원을 지불했다.

17개 기관 중 임차료가 제일 적은 곳은 포천세무서로 전용면적 2221㎡(7개층)을 임차해 월 2750만원을 지불하고 있었다.

사실 17개 기관 모두를 일렬로 늘려세워 한 곳의 임차료가 과도하다고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임차료는 임차면적도 중요하지만 임차청사의 위치에 다르기 때문에 결국 주변 시세와 비교해야 한다.

임차료가 제일 높은 수성세무서의 경우 인천지방국세청보다 임차면적이 3분의1 수준임에도 임차료는 인천청에 비해 2000만원 가량 더 비싼 것을 보면 수성구의 부동산 시세가 인천보다는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봤을 때 수성세무서의 임차료는 어떤 수준일까.

수성세무서가 들어선 같은 건물의 6층(전용면적 595㎡)과 7층(전용면적 651㎡)은 현재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2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층수가 낮을 수록 임차료가 높은 편이지만 이 같은 요소를 제외하고 단순비교하자면 수성세무서가 4개층을 임차하는데 대한 보증금을 20억원 지불했을 경우 월 임차료가 48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1억5000만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무려 3분의1 수준이다.

인천청의 경우는 어떨까. 인천청은 인천시청 근처 길병원 사거리의 새마을금고 건물의 1~12층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인천청 직원은 385명으로 이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만한 건물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그나마 주변에 면적이 넓은 편인 전용면적 297㎡ 사무실과 비교하자면 이 사무실이 보증금 5000만원/월세 25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여러가지 변수를 제외하고 매물로 나와있는 사무실과 단순비교하면 인천청의 경우 보증금 12억원을 지불한다면 월 6000만원의 임차료만 지불하면 된다. 현재 지불하고 있는 임차료의 2분의1 수준이다.   

주택이나 사무실을 임차할 때는 보증금을 많이 걸면 월세가 낮아지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으로 국세청의 17개 기관 역시 보증금을 지불한다면 현재 매달 나가고 있는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 내 17개 임차청사는 보증금을 걸고 있는 기관이 하나도 없다.

법적으로 보증금을 걸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없지만, 임차청사의 임차료는 대부분 국세청의 기본경비를 쪼개서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이 보증금으로 묶여있으면 다른 곳에 사용할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나중에 건물주의 사정으로 보증금을 적시에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부담까지 생각하면 거액의 보증금을 내는 것보다는 월세를 많이 내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국세청의 행태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부담 때문에 월세를 과도하게 지불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지방청이나 세무서 개청 과정과 예산확보 과정에서의 문제도 있다.

개청할 때 맞춰 자체 청사를 준공하면 임차청사를 구하기 위해 고생할 필요도, 임차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방청이나 세무서 개청은 대부분 전년도에 확정되어 다음해 4월에 개청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청사를 지을만한 부지를 선정해 건물을 짓고 준공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데다 예산도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지방청이나 세무서가 개청한 뒤, 청사 건립을 위한 설계용역비 예산을 확보하고 그 다음 청사 건립 부지를 선정해 예산을 올리고, 예산을 확보해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필요한 예산을 전년도에 확보해 다음해 집행하는 수밖에 없다. 4~5년 정도는 이른바 떠돌이 생활(임차청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청준비에 참여했던 국세청 직원은 "임차청사는 기본적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접근성이 용이해야 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임차할 건물을 찾는 것부터가 녹록치 않다"며 "이런 조건이 맞는 건물을 찾게 되면 건물주가 월세를 과도하게 받아도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실 개청하기 몇 년 전에 예산이 나와서 부지를 확보해 청사건물을 지어 개청할 때 맞춰 준공하면 좋지만, 개청은 전년도에 확정되어 다음해에 바로 개청한다"며 "개청한다고 청사부지 매입비용이나 건립비용 등의 예산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예산낭비인 것을 알면서도 임차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에 양 의원은 예산절감을 위해 청사 임대차 계약 규정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납세자에 대한 국세청의 충실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지방청과 세무서를 제때에 개청해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예산 절감을 위해 보증금 설정 및 효율적인 청사 확보를 위한 청사 임대차 계약 규정 수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