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품질이 높은 조세소송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이른바 '세무변호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직역(職域)이 다양하고 복잡하기에 납세자가 전문성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시험방식을 거쳐 전문성이 검증된 세무대리인들에게 조세소송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김갑순 동국대 교수·홍기용 인천대 교수·문진주 부산외국어대 교수(이하 교수진)는 한국납세자연합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세무대리인과 정부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성실납세이행과 납세자권익증진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행법상 세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지고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역은 세무사 이외에도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이 있다.

그런데 세무대리 범위를 둘러싸고 누가 전문성이 있느냐는 논쟁거리다.

세무사·회계사는 과세 불복 사건을 다루는 조세심판원의 행정심판(또는 국세청 심사청구 등) 절차를 대리할 수 있지만, 법원에서 정식 소송으로 다툴 경우 대리권이 없다. 변호사도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만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2018년부터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에선 세무사 자격을 갖은 변호사들에 대한 업무범위를 정하는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교수진들은 "변호사들은 회계와 세법의 전문성이, 공인회계사·세무사는 소송과 관련한 전문성이 검증된 바 없다"며 "시험을 통해 전문성이 보장되면 직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납세자가 전문성이 확인된 세무대리인을 선택해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주된 목소리다. 이를 위해 꺼낸 해법은 세무변호사다. 전문 의사처럼 전문변호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세무대리를 실패하면 납세자는 가산세에 더해 조세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납세협력비용까지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수진들은 "세무사제도를 세무변호사로 일시에 대체 전환시키고, 세무변호사 중에서 헌법과 소송법의 과목 시험을 통과한 경우에만 조세소송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계사는 세무변호사로 대체 전환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절차를 거쳤다면 소송의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변호사에 대해선 "누구든 조세소송은 할 수 있지만, 회계와 세법의 과목시험에 통과한 경우에 한해 세무변호사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무대리인들이 납세자의 성실한 납세의무이행을 유도하라면 조세측면에서의 동기 부여도 필요하단 목소리다.

우선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국세청이 모든 납세자의 신고에 대해 성실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탄생한 제도다. 성실신고 확인비용에 대해 일부 세액을 감면(확인비용의 60%, 150만원한도)의 혜택을 준다.

교수진들은 "경제구조가 전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과세투명성이 제고됐다는 이유로 이 제도는 존치목적을 달성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금신고는 거래수단의 전자화 등으로 인해 보장되는 것이 아닌 납세자의 주관적 개입에 의해 좌우된다는 면에서 성실신고확인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성실신고확인 대상자의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그에 따라 국가의 조세특례지원도 합당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납세협력세액공제'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의 납세자가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과도한 납세협력비용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세금신고를 전자로 했을 때 세액을 공제해주는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있다. 이 제도는 어느 정도 목적(전자신고율 제고)이 달성했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수진들은 "오랫동안 수많은 납세자가 조세특례의 혜택을 받아 왔다는 면에서 폐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납세협력세액공제로 대체 전화해서 존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