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대기업 등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직군의 신규사원들도 근로장려금(EITC) 수혜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보조금이 주어지는 제도 취지와는 거리가 멀리 때문에서다. 불필요한 지급 대상자를 걸러내고 본연의 취지대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국내 최대 회계법인, 금융기관, 대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도 30~150만원 사이의 근로장려금을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통해 파악하고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라고 했다.
실제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한국철도공사 소속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작년에 입사했는데 근로장려금 나왔네, 개꿀(대단히 좋다는 뜻의 신조어)"고 밝혔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 소속이라고 밝힌 이용자도 "10월 입사해서 150만원 받았다, 세금 냠냠"이라고 주장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실)
근로장려금을 받으려면 연소득·재산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정부는 2018년 7월 이 제도를 확대·개편한 바 있다. 30세 이상이던 연령 제한 폐지해 30세 미만 단독가구도 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단독 가구의 소득 기준은 13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재산 요건도 1억 4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넓혔다.
이러다 보니 비교적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직군의 신규 입사자들도 근로장려금 수혜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하반기에 신규 채용되어 몇 달치 월급만 받아 그해 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저소득근로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국세청에 이를 문의한 결과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수급자 중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 파악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이 취지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2년(2018~2019년)간 30세 미만 단독가구(111만 규모)에 지급된 금액만 평균 9109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근로장려금을 한 차례라도 받게 되면 시중은행이 근로장려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고이율의 적금 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어 '세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도 한다.
김 의원은 "근로장려세제는 소득양극화를 해소하는 좋은 복지제도인데 허점이 발견됐다"면서 "효과적으로 일하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제도를 꼼꼼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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