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는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소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다, 이미 국민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해당 세목(稅目)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의 인하폭이나 기간이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소비자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자동차 개별소비세의 개편방향 검토'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수단으로 자동차 개소세율 인하를 자주 활용하지만,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까지 총 5차례 자동차 개소세율 인하정책을 실시했다. 모두 경기침체를 극복한다는 목적을 갖고 시행됐다. 하지만 세금 인하가 끝나더라도 또 인하될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형성된다면 정상적인 소비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게 한경연의 지적.

이로 인해 개소세를 제대로 낸 소비자 입장에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2018년 7월 이후 자동차 구매자 중 올해 1~2월에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만 개소세 인하를 받지 못한 점은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자동차 개소세는 외국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세금이다. 실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자동차 취득단계에서 별도의 개별소비세 없이 부가가치세 및 등록세를 부과하고 있고, 일본도 별도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2019년 10월 1일부터 취득세를 폐지하고 자동차 연비에 따라 세율(승용차 0~3%)을 차등화한 환경성능비율세를 도입했다.

임동원 위원은 "자동차 취득 시 환경성능비율세(최대 3%)와 소비세(10%)만 부과하는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개별소비세 5%, 교육세 1.5%, 부가가치세 10%, 취득세 7% 등이 부과돼 일본보다 약 1.9배 이상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취득에 대해서 부가가치세 10%와 개별소비세 5%가 이중과세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은 광범위한 연관산업과 높은 고용창출효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개소세 과세대상에서 자동차를 제외시켜 그 효과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소득수준 향상과 국민 정서 등을 반영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과세에 대한 근본적인 재토가 필요하다"며 "자동차는 보급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사치성 물품으로 보기 어렵고 소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동차 개별소비세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0년 5월 기준 자동차 등록 현황은 약 2393만대로, 단순 비교 시 현재 인구 약 5178만명 중 46.2%가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가 사치품이 아닌 국민생활필수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임 위원은 "자동차는 더 이상 사치성 물품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소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자동차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00cc 이상이거나 4000만원 이상의 고가 자동차에만 개소세를 부과한다든가, 환경 친화적으로 연비를 고려해 차등비례세율로 부과하는 방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