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유명한 A 다국적기업. A사의 국내 자회사는 지난 수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한데 따라 상품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경영자문 용역을 제공하지도 않은 외국 모법인에게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했다. 이러한 수법을 통해 국내 자회사는 적자를 내게 하면서 법인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금납부 없이 국외로 이전한 셈이다.

국세청은 27일 이 같은 국부유출 역외탈세자·국내에서 거둔 소득을 세금납부 없이 외국으로 이전한 다국적기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에서 소비·투자에 활용되어야 할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탈세 행위를 엄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해외자산 은닉(7명), 비거주자 위장 납세의무 회피(6명), 해외현지법인 자금유출(9명), 다국적기업 조세회피(21명) 등 조사대상자들의 수법은 다양하다.

온라인 플랫폼·해외명품 업체 등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사례가 가장 많게 포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막대한 소득을 벌어들이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외국으로 소득을 이전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非)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대되면서 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B사(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의 사례를 들 수 있다. B사는 우리나라에 원천징수를 하고 외국 모법인에게 지급해야 할 사용료를 조세조약상 원천징수 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사업소득으로 위장해서 수백억원을 지급하고 세금납부도 회피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C사도 공격적인 조세회피를 보였다. 자사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판매(동일 제품에 대해 외국보다 높은 가격 책정)하면서도 국내에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외국 본사에서 수입하는 제품 가격 역시 지나치게 높게 책정(고가수입)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국내에 귀속될 이익을 부당하게 국외로 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세회피 목적으로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국적 쇼핑'이라든지 국내 체류 일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본인이나 가족을 비거주자로 위장시켜 편법 증여·소득을 탈루한 대재산가도 있었다. 실제 거주자인 내국법인 사주 D는 외국 영주권자 신분을 이용해서 외국의 본인 계좌에 수십억원을 송금했다. 이 돈으로 배우자, 자녀는 미국 비벌리 힐스·라스베이거스 내 고급주택을 사고, 일부는 국내로 다시 들여와서 한강변 아파트(20억원 상당)을 구입했다.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스위스·홍콩 등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에 개설한 비밀 계좌에 금융 자산을 은닉하거나, 해외현지법인·사주 소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서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가 있는 사업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유관기관 공조라든지 금융정보자동교환 등 국내외 정보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역외탈세 조사대상자는 물론, 탈루혐의가 있는 가족, 관련 법인까지 철저하게 검증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외탈세 방지 차원에서 해외 주요국과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을 맺고 있다. 협정을 맺은 국가는 2017년 46개국에서 2018년 79개국, 2019년 96개국, 2020년 109개국(예정)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세청은 조사과정에서 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인 세금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최대 6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검찰 고발(조세범처벌법)까지 조치하기로 했다.

또 세법과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대다수의 국내 진출 외국·외투법인(2019년 현재 1만580개)에 대해선 세무컨설팅, 이전가격 사전승인제도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러나 국내에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정당한 몫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