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vs 세무사 '밥그릇싸움' 2라운드 =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에서 회계지식을 요하는 장부작성 등의 업무를 제외시키는 의원입법 개정안이 나왔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된 안과 유사하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가 사실상 최종 관문이라는 점에서 개정안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한 변호사들(2004~2017년 변호사 자격 취득자, 2018년부터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이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에 제한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 업무 범위에 회계 관련 사무인 '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을 제외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기 때문에서다. '전문성을 전혀 검증받지 않은 변호사에게 회계 업무를 맡겨선 안 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변호사들의 세무대리 업무 범위에서 ▲장부작성의 대행 ▲성실신고확인을 제외시키는 게 주요 골자다(이외 전(全) 세무대리 업무허용). 세무대리 활동을 하려면 '3개월 이상의 실무교육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도 달려있다. 양 의원은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세무사 자격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전문 직역 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실무교육 이수기간만 제외하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안과 똑 닮았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1월말 기재위 벽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세무사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대리 업무에 제한을 두는 것이 위헌이라는 변호사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법사위에서 "관계부처 간 협의를 하고 다시 갖고 오라"는 이유를 들며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대 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자동폐기 됐다.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세무사등록에 관한 규정이 없어진 '입법공백(지난해 말 실효)'은 현재 7달째다.

지난달 기재부는 세무대리 시장 혼란을 막고자 '세무사 자격을 보유했다면 임시번호를 부여받아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는 예규를 내놨다. 이러한 예규가 나오기 전까진 자격증을 갖고 있어도 세무사 등록 관련 절차법이 실효되어 사실상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법 해석이 짙었다.

유권해석에 근거한 세무대리 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면서, 정부도 제대로 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올해 세법개정안 작업 때 관련 내용을 담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들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 움직임이었다. 기재부가 변호사들에게 전(全) 세무대리 업무 활동을 허용(6개월 교육 이수 후)하는 원안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업무범위 제한을 두고 계속해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발표(22일)된 2020년 세법개정안엔 언급조차 없었다. 세무사회, 변호사회 의견을 들어보고 만든 작년 기재위의 대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서 바뀐 대안으로 다시 입법발의가 이루어지는 만큼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