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간편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던 국세청이, 실제로 현장에선 조사대상과 관계없는 자료를 독촉하거나 법을 어기면서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는 식의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공무원들의 권한남용 통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29일 감사원이 발표한 '납세자 권리보호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송파세무서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A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간편 조사방식을 택했다.

당초 조사대상 사업연도는 2015년 한 해였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2011~2104년 사업연도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렇게 조사범위를 확대한 데는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중 한 통의 탈세제보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송파세무서 조사팀장이 다른 세무서에서 누적자료를 관리하던 탈세제보(포천세무서)를 이메일로 받아본 것이다. 제보엔 '최근 3~4년간 주변 지인의 이름을 도용해 외주가공비를 가공 계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2015년사업연도에 대한 탈세 여부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조사팀장은 2011~2014년 사업연도 외주가공비 관련 자료를 요구하기 이르렀다. 상세자료를 받기까지 수차례 독촉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자료제출 지연 이유로 송파서는 세무조사 중지를 실시했고, 다시 재개된 세무조사에서도 상세자료를 제출받지 못하자 외주가공비를 가공계상 했다는 이유로 A업체에 약 4억원의 소득세를 부과했다.

문제는 세무조사 과정이 위법했다는데 있다. 감사원 조사결과, 구체적인 세금탈루 증거자료가 없었는데도 세무조사의 범위를 확대한 부분이 확인됐다. '세금탈루 증거자료가 확인되어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등이 아니면 조사 진행 중 범위를 확대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세기본법을 어긴 것이다.

더욱이 조사범위를 확대하면서도 미리 조사관서장의 승인을 받거나,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하지도 않았다. 조세심판례(조심2018서4063)를 보면 세무조사 범위 확대에 대한 내용을 문서로 납세자에 통지않은 부분에 대해, 해당 부과처분이 취소된 사건도 있었다.

감사원은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며 해당 조사팀장에게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하라고 요구했다.

◆…(사진 조세일보DB)

간편조사 대상자인데도 일반조사를 실시하거나, 고소득전문직에겐 해당되지 않은 간편조사를 실시하는 '엿가락식' 대상자 선정도 보였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관리지침에 따르면, 간편조사 대상은 정기조사 대상자 중 수입금액이 500억원 미만이고, 조사대상 과세연도와 직전과세연도의 평균 신고소득률이 동일업종 평균 신고소득률의 60%를 넘긴 경우다. 

감사원이 간편조사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않은 494건(법인 331건, 개인 163건)을 점검한 결과, 납세자의 불편을 초래한 사례가 적지 않게 드러났다.

강남세무서는 2016년 정기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관내 상장사 등 26개 업체에 대해 간편조사 요건을 검토하면서, 해당 요건을 충족한 11개 업체를 일반조사 대상으로 분류시켰다. 강동세무서는 간편조사 배제업종인 고소득 전문직이 아닌데도 일반조사 대상으로 넣었다.

삼성세무서의 경우엔 관내 병원이 정기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탈세제보나 밀알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