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세무사 등록절차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지난해 세무사 합격자들은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과 김도읍 간사, 이철희 위원 등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 28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제56회 합격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방문한 모습.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들의 세무대리 업무 범위를 정하는 세무사법 개정안(기획재정위원회 대안)이 제 때 처리되지 못하면서 입법공백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개업을 못하고 있는 지난해 합격자들이 여상규 위원장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29일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700여명의 세무사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7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피고인은 국회 법사위 여상규 위원장(미래통합당 의원)과 김도읍 간사(미래통합당 의원), 이철희 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세무사 합격자들은 "올해 1월부터 세무사법이 실효됨에 따라 세무사를 개업할 수 없어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입게 됐다"면서 "피해를 본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700명의 세무사합격자에게 700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출신인 법사위 여상규 위원장과 김도읍 간사, 이철희 위원이 변호사에게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을 허용하지 않는 세무사법개정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개정안 통과를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이는 국회법상 법사위의 법률안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재논의 하는 것으로 결정한 뒤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4월 2004년~2017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을 제한한 세무사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제시한 개정 시한은 지난해 말(2019년 12월31일)까지였다.

이에 따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9일 변호사에게 순수 회계업무인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제외하고, 모든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세무사법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한 직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했다.

이후 세무사법을 심의하기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지난달 4일 처음으로 열렸지만 의사봉을 쥐고 있는 여상규 위원장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최종 재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시 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은 "적어도 법률해석에 권능을 갖고 있는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반대의견을 냈는데, 이 의견을 무시하고 전체회의에서 바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법안통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지난해 세무사 합격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 세무사법 등록 관련 규정이 실효됨에 따라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도 사무실 개업을 위한 등록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개업을 못하는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고 밝힌 김준우 세무사는 "변호사 출신인 여상규 위원장과 김도읍 간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무시하면서 변호사의 밥그릇을 넓히기 위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년간 열심히 공부해 세무사자격을 취득해 부푼 꿈을 안고 세무사 개업을 준비해왔으나 국회에서 세무사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 법사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심의를 진행하고 조속히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0대 국회 마지막 회기가 될 5월 임시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세무사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