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증여세 탈루 적발 사례, 사진 국세청 제공)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인 A문화재단은 국내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주식 등을 출연(기부)받아 이 돈으로 공익사업에 맞게끔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A재단은 특수관계인 계열사의 임직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이렇게 특정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법상 금지행위(상속·증여세법 48·38조, 특정계층 공익사업 혜택제공 금지)다. 국세청은 A재단에 증여세 수 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 '공익법인 분석전담·조사전담팀'을 통해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조사를 한 결과, 최근 3년 간 1841억원을 추징했다고 17일 밝혔다. 고액의 출연재산에 대해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은 공익법인들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한 사업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출연재산을 공익목적에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B재단은 실습공단 등 사용 목적으로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토지를 출연 받았다. 그러나 출연 후 3년이 경과할 때까지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했다. 부득이한 사유도 없었다. 이 출연재산에 대해 면제받은 증여세는 추징당했다.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증여세 탈루 적발 사례, 사진 국세청 제공)

특히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출연 받을 경우 이를 기부로 보고 총 발행주식의 5%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주식보유 제한). 다만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면 비과세 상한선은 최대 10%(주식보유 한도)까지다. 성실공익법인은 '출연자 또는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대기업 계열 C재단은 '이사선임 기준 룰'을 깼다. 성실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법인은 계열그룹에 속한 다른 공익법인과 합산할 때 계열사 주식 5%를 초과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국세청은 계열사 주식 5% 초과 보유에 따른 증여세를 추징했다.

공익법인 설립자로부터 출연 받은 부동산을 매각하고 이 매각자금을 설립자에게 부당하게 유출하면서, 3년 이내 공익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추징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 특수관계인 계열사 임직원으로 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한 공익법인의 경우엔 관련 경비 전액을 가산세로 추징당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출연재산 등을 변칙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익법인을 집중 검증해 편법 상속·증여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 세금을 엄정하게 추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