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재논의 하는 것으로 결정한 뒤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기획재정위원회 대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벽에 부딪히면서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가 대단히 불투명해졌다. 

지난 4일 오후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으나, 여야 의원 사이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변호사와 세무사 양 자격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기획재정위원회가 합의한 세무사법 개정안 대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법무부와 법원이 표명한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법사위 결정의 배경.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들(2004년~2017년 합격자)에 세무대리를 허용하되 회계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제외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변호사는 납세자들의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기장업무와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지난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다수의 여야 법사위원들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속히 법안 처리를 통과시킨 뒤 추후 노정되는 문제점 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상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유관기관인 법무부와 법원 등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정안을 쉽게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팽팽히 맞섰다.

아무런 조건없이 변호사에 무제한 세무대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발언을 시작으로 법안 논의가 시작됐다.

이 의원은 "세무사법이 변호사와 세무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인 만큼 타협이 중요한 것 같다"며 "지난해 법무부와 기획재정부가 합의한 법안대로 법사위까지 와야 했는데 현재 개정안은 세무사 업계의 의견만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법원과 법무부도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만큼 이대로 통과시키기보다 타협의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며 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거나 법안심사제2소위로 회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세무사법 입법공백에 따라 (세무대리인을 통한) 법인세 신고를 3월 말까지 원활하게 할 수 없고 700여명의 신규세무사들이 등록할 수 없어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변호사들이 기장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안 된다. 가령, 대형법무법인에서 사무장을 고용한 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세무대리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소송업무는 변호사가 세무업무는 세무사가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입법공백이 길어질 경우 국회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만큼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법공백의 최종 책임은 국회에서 져야한다. 법원행정처와 기재부 등 관련기관의 유권해석은 시간 있을 때 참고하는 것이지 현재 (세무사)합격자들이 일을 못하는 상황인데 법안 처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법원행정처의 반대의견을 보니 결국 세무사 업무를 변호사가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무대리 업무는 세무사한테 맡기는 게 공정한 것"이라며 "법원 관계자들도 추후 변호사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니까 한 쪽(변호사) 편 들어 준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사위원 중 변호사 출신이 절반 이상이다.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국회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입법공백 상황에서 헌법불합치 효력을 갖고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기재부와 각 기관에서 세무사법이 실효된 것으로 생각하고 등록을 받지 않는 현실에 있다"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에 발언 말미에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미래통합당 의원)은 "적어도 법률해석에 권능을 갖고 있는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반대의견을 냈는데, 이 의견을 무시하고 전체회의에서 바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여 위원장은 "(법안 심사를 앞두고)세무사회와 변호사회 양측의 많은 로비를 받았을 것이다. 위원들이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법사위에 많은 법률전문가가 있지만 함부로 결정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여야 법사위원들은 향후 진행 될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만큼(2월 임시국회 회기 17일 종료) 20대 국회 임기 만료에 휩쓸려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