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 주최로 열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이 정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법 개정의 문제와 효과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곽장미)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세무사법 개정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영역이 개방될 경우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실무교육 이수 등 합리적인 수준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안경봉 국민대 교수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모습. 안 교수는 변호사들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경우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무사법 정부안의 내포된 문제점과 입법 상 대안'에 대해 주제발표한 안경봉 국민대 교수는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에는 세무회계분야의 전문성 검증과 관련된 시험과목은 없다며 변호사의 세무조정업무수행 시 전문성 담보를 위한 실무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가 제시한 '최근 3년 간 변호사시험 선택과목별 응시자 현황'에 따르면 조세법을 선택한 응시자는 지난 5회(2016년) 시험에 57명(1.99%), 2017년 71명(2.28%), 2018년 81명(2.50%)에 불과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았더라도 세무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이론교육 및 현장연수 등 기존 세무사 합격자에 상응하는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다.

안 교수는 "현재 변호사가 변리사자격을 취득하고, 등록하기 위해서는 집합교육 250시간(약 2개월) 및 현장연수 6개월의 실무수습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제도가 유사한 입법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개정 세무사법의 실무교육 이수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변호사 세무대리업무 등록에 따른 징계와 관련해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변호사법이 아닌 세무사법에 따라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장(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은 조세전문 자격사 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세무대리과정에서 일반 국민인 납세자 권리가 제대로 보호 되는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변호사들이 사후적인 교육 및 연수만으로는 세무사 및 공인회계사와 같은 수준의 회계전문지식을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순수한 회계업무라고 할 수 있는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의 허용은 세무대리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를 고려해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납세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이 부족한 변호사들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도 온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학계와 업계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세무사법 개정방향을 두고 납세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변호사들과 납세자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세무사들 사이의 설전이 벌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변호사들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모든 세무대리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세무사들은 순수 회계 업무인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렸다.

세무업계 대표로 토론에 참여한 한대희 세무사는 변호사들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골자의 정부입법안에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 세무사는 "부실세무대리 방지를 위한 조치로 등록 전 실무교육 규정이 있으나 이는 자격사제도의 근간을 무시하는 부실한 조치"라며 "회계사무인 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은 당연히 배제하고 회계사무와 법률사무가 혼재된 세무조정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해 허용하되 부실세무대리 방지를 위해 실무교육과 평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세무사법에 대해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이유는 부실한 세무대리 등 사회적 혼란이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본부장 역시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본부장은 회계장부 작성 및 성실신고 확인 업무의 본질이 회계업무인 이상 회계전문성이 없는 변호사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회계업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전문가에 의한 회계업무 수행은 어렵게 추진해온 회계투명성을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각 자격사의 직무범위를 법률로 정하고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국가자격사제도 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업계를 대표해 패널로 참석한 박요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회 위원장)는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시험과목에 조세법이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다고 변호사가 세무사보다 전문성과 능력이 떨어진다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전문적인 기장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변호사에 대한 세무전문성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기 어렵다"면서 "법률에 의해 세무사 자격을 부여 받았다면 세무사든 변호사든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납세자의 선택권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인 납세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말미에는 플로어에서 업계 전문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선명 세무사는 "지난 2011년 공무원 시험에서 세법개론과 회계학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한 결과 신규임용 공무원 교육비가 증가하고 조세불복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들이 납세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세무사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납세자들에게 상당한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에 신중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정식 세무사는 "전문성은 자격사들에 전문성을 말하는 것이지 사무장 등 직원의 전문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세무사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장부작성 등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이 교육은 물론이고 스스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을 때에만 전문가로 인정해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요찬 변호사는 "헌재에서 내린 판단이 3년이 소요된 만큼 엄중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회계학이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격을 주는 것은 소양과 도덕적인 능력, 개인능력에 따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