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조세정책 분야에 대한 오전 국정감사는 '조국 사태'로 시끌시끌한 전반적인 국회 분위기와는 달리 정책질의가 주를 이루며 차분히 진행됐다.

호통과 질책이 난무하던 과거 국정감사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법인세율 인하와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이날 국감은 법인세율과 관련한 논의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경제도 어렵고 투자도 부진한데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이 25%까지 올라가면서 4단계 구간이 설정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남은 기간 동안 법인세 구간 축소나 세율 인하를 한 용의가 있는지 말해 달라"고 물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에서도 법인세 구조를 4단계로 하는 것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대로 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이 정부 말기에서는 (법인세율을)20%로 과감하게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홍 부총리는 "법인세 4단계 개편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의결됐기 때문에 이대로 갈 것이고 투자확대를 위해 맞춤형 세액공제를 유연하게 운용해 나갈 생각이다. 25% 세율에 해당하는 기업은 100개 뿐이기 때문에 유지할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법인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다만 "우리나라 법인세는 중소기업, 대기업, 초대기업 간의 누진적 세율을 적용해 나가면서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해 전체세수의 법인세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현재의 법인세 체제를 옹호했다.

이어 김 의원은 "명목세율은 25%지만 실효세율은 대기업이 20% 안되고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15%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제와 감면비율을 중소, 중견, 대기업별로 수정해 누진적 체계로 굳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투자활성화와 혁신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꾸준하게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겸심 교수의 세금 탈루 문제를 꺼내들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질문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조국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세금탈루 의혹을 확인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했다.

엄 의원은 "정경심 교수의 상속세 탈루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2015년 모친에게 상속 받고 2016년 부친으로부터 상속을 받았다. 2015년 상속 재산 중 토지에 대한 공시가액만 20억원에 달한다. 각종 기초공제를 제하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나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조국 장관 청문회 당시 상속세 납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 의원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차명 투자 의혹을 지적하면서 증여세 부분은 반드시 국세청에서 체크를 해야 한다며 "기재부가 다음주에 열리는 국세청 국정감사 전에 확인해서 결과를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엄 의원은 '특별세원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편법에 의한 부의 대물림 근절을 위해 고위층, 사회지도층에 대한 세원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엄 의원은 "차명 투자 의혹, 사전 증여 과다에 이어 상속세 탈루 의혹까지 조국 교수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이 마치 탈세 종합세트를 보는 것 같다"며 "편법에 의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고위층, 사회지도층에 대한 특별세원관리 대책이 시급하며, 정부가 제출하는 인사청문요청안에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국세청의 검토의견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질의에 답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이 밖에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연금계좌 세액공제제도가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심 의원은 "총급여액 80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근로자 중 91만4922명이 전체 연금계좌세액공제(8816억원)의 45.3%에 달하는 3990억원의 공제혜택을 누렸다"며 "결국 비과세종합저축의 혜택이 부자 층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하는 것으로 바뀐 이후에도 연금 관련 세액공제 혜택과 연금소득 모두 고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층은 아예 혜택을 누릴 수도 없고 고소득층만을 위해 기능하는 공제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세제혜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제체계를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는 "연금계좌세액공제는 고소득자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것은 맞다"며 "환급형 공제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은 선례가 많지 않지만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그동안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의 이유는 갭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인데 이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무제한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라며 "민간임대사업을 정부가 계속 권장했고 과도한 혜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대소득자에 대한 장기보증특별공제가 과다하다.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10년이상 70%를 50%로 합의했는데 처리가 안 됐다. 양도세 감면 규모, 취득세 감면 규모, 재산세 감면 규모, 임대소득세 필요경비 감면 규모, 임대사업자 대출 총량 등을 계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의원이 유류세율 조정과 관련 홍남기 부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고액체납자에 대한 대응방안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고액체납자에 대한 관세청 통관검사 비율은 13.5%에 불과하다"며 "휴대품, 직구 물품 수는 1만3208건이었지만 통관검사 건수는 1789건 밖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액상습체납자 정보 116건이 이관(국세청에서 관세청)됐는데 추적징수는 단 1건도 없었다"며 "압류정보가 제도를 도입했을 때 파악 후 억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고액체납자들이 호화생활을 하면서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악질 체납자들에게 국세청이 압류정보를 활용해서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추적징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부총리 역시 "상습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동의하며 "지난 6월 악의적체납자 관리발표를 했고 현재 시행 중인데 압류제도 관련해서 국세청, 관세청, 기재부가 협업을 할 사항이 있는 것 같다. 함께 대책회의를 해서 추가적인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예산 대신 유류세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 어떠냐"는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의원의 질문에는 "폐지를 검토 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일자리 예산을 거대하게 쓰는데도 실업률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일자리 정책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며 "5년간 평균 유류세 세수가 27조인 걸로 알고 있다. 내년 일자리 예산과 버금가는 예산인데. 유류세 절감해주면 당연히 가처분 소득이 늘어날 것이고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일자리 창출이 되고 실업 문제를 해결될 수 있다. 인위적인 일자리 예산을 세워서 대응을 하면 안 된다. 유류세를 줄이는 것도 유력한 방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파격적으로 유류세를 폐지하고 가처분소득 늘리자는 취지에 대해선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유류세 뿐만 아니라 다른 세금을 줄여도 이런 효과가 있다. 환경 등 중요한 재원으로 재투자되기 때문에 유류세 폐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