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대 한국세무사회장 원경희 세무사 당선 = 원 신임회장의 임기는 지난 1일 오후 12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그는 앞으로 2년 간 1만3000여명의 세무사 권익을 대변하게 된다.(사진 임민원 기자)

원경희 세무사(이하 원 회장)가 앞으로 2년 동안 1만3000여 세무사회원의 대표로서 한국세무사회를 이끌어 나갈 새 회장에 당선됐다.

원 회장은 지난 28일 진행된 순회투표 개표결과 전체 유효투표 8770표 중 44.5%인 3910표를 획득하며 각각 1855표(21.1%), 3005표(34.2%)를 얻은 이창규 세무사와 김상철 세무사를 꺾고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수락연설을 통해 "강한 세무사, 강한 세무사회를 만들고 한결같이 회원을 섬기는 회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7월1일(월) 오후 12시를 기해 원 회장의 2년 임기는 시작됐다.

◆…허위사실, 인신공격 가득한 불법유인물 살포한 그들 = 한국세무사회 선거기간 중 김 모 세무사가 세무사 회원들에게 무차별 살포한 유인물 내용 중 일부. 유인물에는 허위사실 등 특정후보(이창규·김상철)만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모 세무사 외에도 이헌진 전 세무사회 부회장,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 등도 불법유인물 살포에 동참하며 선거 분위기를 망쳐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유인물 난무한 '진흙탕 선거'의 승자, 그는 책임이 없을까?

이번 선거 또한 2년 전의 재탕이었다. 선거전 기간 동안 불법유인물이 무차별 살포됐다. 불법유인물의 '공격대상'에서 원 회장은 쏙 빠져 있었다. 오롯이 상대 후보(이창규, 김상철)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원 회장을 찍어야 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상대 후보를 찍으면 마치 세무사 업계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명예훼손 소지가 다분한 주장은 기본, 나이가 많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 는 등 인신공격성 문구까지 서슴없이 담았다.

비방선거를 철저하게 규제한 현행 세무사회 선거규정을 교묘히 피해나가는 2년 전 수법을 '그 때 그 사람'들이 그대로 재현했다(새 인물이 추가되기도 했다). 2년 전 '반칙선거'의 후유증을 뼈저리게 경험했지만, 어떠한 재발방치책은 내놓지 않은 이창규 집행부가 만든 업보.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2년 전 세무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선거 후유증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선거결과에 반발, 무효소송을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당선이 되기는 했지만 원 회장 입장에서도 굉장히 난감한 지경일 수밖에 없다. 

본인이 직접 관여를 하지 않았다 해도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는데다 반칙을 주도한 세력들이 왜 상대 후보들을 집요하게 공략했는지는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정통성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칫 원 회장도 부정선거 후유증과 그 주도자들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에 시달리며 이창규 전 회장의 전철을 밟게될 가능성도 있다.

◆…'최약체' 평가받던 김상철 세무사, 기적에 가까운 대선전 = 김상철 세무사(가운데)가 선거운동 기간 중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였던 박차석(왼쪽), 정범식(오른쪽) 세무사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세무사회원들의 열망은 '김상철의 대선전'으로 증명됐다

전반적인 선거결과는 굉장히 흥미롭다.

3자 대결로 전개된 이번 선거에서 당초 최약체로 꼽혔던 김상철 세무사가 대단히 선전했다. 타 후보에 비해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프리미엄'이 없었지만, 3005표를 획득하며 905표 차이로 분루를 삼켰다.

사실 이창규 전 회장과 김상철 세무사가 선거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바는 '구(舊)세력 축출'이라는 대목에서 깊은 유사성이 있었다.

다만 김상철 세무사측의 색깔이 더 강하고 분명했다. 그리고 이는 실제 '표'로 증명 됐다. 애초 '공탁금'도 건지기 힘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 세무사의 대선전은 구세력 축출에 대한 회원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창규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김 세무사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 등이 없는, '원리원칙 선거'를 치르면서도 위협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구세력 축출 기치 아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선거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강성' 감사들 = 한국세무사회 선거에서 감사로 당선된 김겸순 세무사(왼쪽), 박상근 세무사(오른쪽). 김겸순 감사는 수락 연설을 통해 "강직한 감사, 섬세한 감사로서 일하겠다"고 밝혔으며, 박상근 감사는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감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시 세무사회원들의 부름 받은 '정구정 저격수' 박상근

후보 단일화가 선거 결과를 달리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2명을 선출하는 '감사' 선거 결과다.

감사 선거전은 무려 5명의 후보가 난립해 치열하게 전개됐는데, 김겸순 세무사(유효표 8761표 중 3492표 획득)와 백전노장 박상근 세무사(유효표 8761표 중 1898표 획득)가 당선됐다.

두 당선자 또한 구세력과 확실한 담을 쌓은 이미지를 가진 인물들이다. 특히 박상근 세무사는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 재임 시절이었던 지난 2002년~2004년 감사로 재직했으며 정 전 회장의 불법 회비유용 등 비리를 고발하며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이다.

임원 선거전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가 덜한 감사 선거에서 김겸순, 박상근 세무사가 당선됐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값'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 전략출마한 후보가 2위는 커녕 상당한 표차로 떨어졌다는 측면에서 이 또한 회원들이 새로운 집행부에 원하는 바는 구세력이 배제된 신(新)질서 정립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소 성급하지만 원 회장이 재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회원들의 선택을 받아 투입된 2명의 '강성 감시자'를 배제한 독단적인 회무 집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울러 자신의 당선을 도운 세력들의 전횡을 묵인했다가는 향후 자신의 커리어에도 흠집이 만들어지는 전임 회장들의 운명을 답습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 윤리위원장 선거 결과 또한 감사 선거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한헌춘 세무사 유효투표 8778표 중 4843표 획득 당선).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세무사회관.

'정치인 원경희'에게 쥐어진 두 가지 선택지, 그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원 회장은 여러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인물이다.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여주시장 재선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도 무슨 일을 주도적으로 헤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원만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비록 비방전으로 인해 심각하게 퇴색됐지만 이번 선거전에서도 좀 더 큰 물에서 활동해 본 '정치인 원경희'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이 표심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그가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된 회장' 이라는 뒷말에 엮인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이러한 뒷말을 없애고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불법유인물을 보내는 등 문제를 일으킨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