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국회 공전이 계속되는 바람에 후보자 지명 29일만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26일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이하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후보자의 진땀을 빼놓을 만한 '임팩트' 있는 질문도 드물었고, 큰 소리도 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어떤 측면에서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인사청문회라는 도구만 가지고 국세청장과 같은 어마어마한 권한을 가지는 고위 공직후보자의 모든 것을 샅샅이 검증하기란 불가능하다. 기관운영에 대한 철학 등을 엿볼 수 있는 정도가 인사청문회에서 건질 수 있는 성과라면 성과.
"세정 전반에 '견제와 균형' 확립하겠다" 발언의 함의는?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국세행정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세정 전반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확고히 뿌리내리게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세정집행 과정 전반에 걸쳐 실질적 외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승희 현 국세청장을 포함해 역대 국세청장들도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등 여러 형태의 '외부통제기능'을 국세청 조직에 이식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 왔고 또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 외부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고는 있는 것인지, 작동한다면 이를 통해 어떤 조직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불분명함을 걷어내고 보다 '열린 국세행정 및 조직'을 만들어 가겠다는 '큰 그림'만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며 보다 세부적인 방안들은 취임 후 소집될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는 "국세청장이 되면 표적 세무조사나 부당한 명령에 과감하게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느냐"는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 제 소신과 철학에 근거해 부당한 세무조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사진 임민원 기자)
더 투명한 비정기 세무조사 선정 시스템 구축, 이 말은 대체...
세무조사 행정과 관련한 김 후보자의 밑그림은 나름의 특색을 찾아보기는 힘든 모습.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정기 세무조사를 신중하게 운영하고, 조사건수를 줄이는 대신 악의적 탈세자는 엄단하겠다는 기존에 정립되어 있는 세무조사 행정의 방향성을 그대로 답습했다.
납세자 입장에서 세무조사 그 자체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더 큰 부담은 부실과세 가능성과 정치적 목적, 이 두 가지다.
조사 이후 과세가 잘못 이루어지면 이에 대한 상당한 고통비용을 납세자들이 떠안아야 한다. 송무국을 만들고 외부인력(법조인)을 모셔오는 등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실과세로 인한 문제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김 후보자가 '과세품질 혁신추진단'이라는 조직을 신설해 과세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얼마나 효과를 볼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비정기 세무조사 선정 시스템을 더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김 후보자의 계획은 정치적 세무조사 척결이라는 테마와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지금 현재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하는 비정기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뒤집어 말하면 현재 비정기 세무조사 선정 시스템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 후보자가 어떤 문제점을 진단하고 어떤 처방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답변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임민원 기자)
패기로 가득한 포부... '세계 최고의 국세행정' 구현하겠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행시35회 출신인 김 후보자가 여러 측면에서 전임자들과는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진 국세청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그가 완전한 의미의 '세대교체'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다.
연령 측면에서봐도 그렇다.
1968년 만 51세.
'세계 최고의 국세행정을 구현하겠다'는 그의 패기 가득한 포부가 눈에 띈다.
그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 최고'라는 단어를 두 번 반복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빅데이터센터 개소 등 최첨단IT 기술 기반 세정이 있기에 김 후보자의 포부는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
김 후보자는 이러한 국세행정 선진화의 기반으로 '사람'을 꼽았다. 보다 전문적인 식견과 지식을 가진 외부 전문가들을 송무, 통계분석, 빅데이터 분야 등에 확대 채용하는 등 보다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주택 처분 문제에 대해 송곳 질의를 퍼부으며 김 후보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한 가지 '공약'을 내놨다. 비고시 인재풀을 확충해, 이들이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5급 이상 자리를 늘리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관련부처와 협의 문제가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비고시 출신 인재들을 발탁해 쓰는 것은 큰 제약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지'만 가지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대목.
역대 국세청장 중 상당수도 비고시 출신 인재들을 중용하기는 했지만, '모양새'를 갖추는 수준에만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행시 출신들이 고위직의 대부분을 점령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에 국세청 저변에는 '행시 출신 국세청장이니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는거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우수한 능력으로 남들보다 빨리 사무관, 서기관으로 승진해도 비고시 출신들은 비슷한 또래와 경력의 행시 출신들에 비해 고위직 진출 타이밍은 늦어지는 것이 다반사인 반면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도 '행시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청 과장급 자리에 치고 들어와 부이사관 승진까지 거머쥐는 사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사 패러다임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연령, 기수(세무대) 등과 관계없이 능력있는 비고시 출신 인재들을 과감하게 끌어 올려 쓰는 한편 전반적으로 능력과 평판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행시 출신이라도 단호히 경쟁 대열에서 탈락시키는 인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의 공약이행 여부는 취임 후 7월 중하순에 걸쳐 단행될 세무서장급 이상 고위직 인사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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