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임민원 기자)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가 청와대 등의 정치적 세무조사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국세청장직'을 내거는 등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총리나 대통령 등 정치실세로부터 정치적 세무조사 명령을 거부할 뜻이 있느냐. 직을 걸고 약속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직을 걸고 약속하겠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책 마련에 국세청장이 동석한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의에 김 후보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다. 세무조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추 의원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배석할 용의가 있느냐"라고 묻자, 김 후보자가 머뭇거리며 답변을 제대로 못 하자 추 의원은 "국세청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냐. 과거 선배 국세청장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묻겠다. 그런 요청이 있으면 참석할 것이냐"고 다그쳤다.

김 후보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대기업 CEO를 초청해 사회공헌을 하라고 한 것과 관련해 추 의원이 "김 후보자의 부인이 사회공헌 목적으로 기업 CEO를 초청해 사회공헌을 확대해달라는 오찬간담회를 국세청 구내식당에서 하겠다면 바람직한 것이냐"라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추 의원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 세무조사는 세법이 정한 목적 즉 공평과세의 실현을 위해 엄정하게 요건과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영부인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부적절한데 왜 답을 못하느냐. 영부인이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것이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나"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계속되는 유 의원의 추궁에 "후보자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상황을 모면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정치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본청 조사국장, 서울청장으로 재직하며 엄청나게 많은 세무조사를 했다. 후보자는 중립을 지켰다고 하지만, 정치적 세무조사는 다 드러난다. 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세무조사만 문제 삼느냐. (세무조사 재점검 기간을)9년으로 한정한 근거가 뭐냐"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가 "당시 언론이나 국회에서 정치적 논란이 소지가 있었던 조사 건들에 대해 국세행정개혁TF에서 같이 논의해서…"라고 답하자, 권 의원은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정치 세무조사가) 없었느냐. 말도 안되는 변명하지 말아라"고 쏘아붙였다.